집회·시위가 ‘떼쓰기’라니

작은 인권이야기[38] 배여진l승인2008.03.3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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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루탄을 한 번도 맞아 본 적이 없다. 그 냄새를 맡아본 적도 없고, 어느 영화의 한 장면에서 나오는 것처럼 눈 밑에 치약을 발라본 적도 없다. 대학생 때는 집회 도중 선배들이 뛰라고 해서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정작 뒤에 잡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화염병을 본 적도, 던져본 적도 없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시절 자는 척 하며 부모님이 보시는 뉴스를 몰래 보면서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알고 보니 그 때의 대통령이 노태우였다는 사실.

난 민주화 운동의 수혜자라고나 할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저 책과 영상으로만 접했던 앞서 간 이들에게 고마움과 죄책감이 공존하면서 최루탄, 사과탄, 백골단은 그저 먼 역사속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의 역사 속에만 있던 이것들이 다시 우리의 현실이 되려고 한다. 불법시위와 폭력시위를 근절하여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좋아 ‘법질서 확립’이지 다시 백골단과 불법체포가 난무하는 그 때로 돌아가겠다, 이 말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항 중에는 오는 9월부터 전경대신 경찰관으로 구성된 체포전담부대를 신설해 배치하고, 시위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즉결심판 등의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이 있었다. 즉 백골단의 귀환과 더불어 집회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소리다.

집회 시위를 억압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여러 정황들을 살펴보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마치 테러범인냥 아주 위험한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종 시위대의 일원이 되는 나조차도 말만 들으면 시위대가 무조건 죽창과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에게 덤비고, 경찰은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 가는 모습이 자동으로 그려질 정도이니 말이다. 집회와 시위는 경찰들을 괴롭히기 위해 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떼를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억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싶다!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 분출구이고, 절박함을 온 몸으로 표출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줄기차게 말하는 불법 폭력시위는 통계적으로 전체 시위 중 0.54% 정도 차지하는데, 정부는 마치 모든 시위가 쇠파이프와 죽창이 난무하는 시위로 매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나머지 99.46%의 합법 비폭력 시위도 전경 버스로 주위를 둘러싸서 진정한 집회와 시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지 않는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시키겠다는 것은 그들의 삶을 제한하고 제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치인이야 늘 카메라가 따라다니고 그들의 말 한 마디, 동작 하나하나가 뉴스거리가 되지만 자신의 삶터를 빼앗기고 온 몸에 불을 질러도 뉴스에 단신으로 나올까 말까 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005년 겨울, 시린 발을 이끌며 경찰의 방패에 맞아 사망한 한 농민의 빈소를 찾던 그 때가 생각난다. 동시에 이렇게 빈소를 찾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지는 않을런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려있는 이들의 외침을 고작 ‘떼쓰는’ 행위로 간주하는 그 생각이 무섭다. 하지만 봄이 산 너머 남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발 밑의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르듯 얼어붙는 민주주의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싹이 틀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나저러나 新백골단에게 잡히지 않으려면 달리기 연습부터!


배여진 천주교 인권위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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