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교육문화위원회의 결정은 곧바로 ‘학원 24시간 교습’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켰고, 학생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거센 여론으로 말미암아 서울시의회가 본회의에서 학원의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기존 내용이 담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서 일주일만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학생건강을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 “학생들이 공부하다 죽었단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는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서 보듯 학원교습시간에 관한 문제를 ‘불필요한 규제 철폐’ 정도로 여기는 교육문화위원회의 인식은 여전히 우려를 갖게 한다.
얼마 전 학력위조파문에서 보듯 우리사회는 여전히 개인의 능력보다 학력이 고용, 임금, 사회적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학생들은 입시위주의 무한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여가시간을 포기하고, 생활에서 필수적인 식사시간과 수면시간까지도 줄이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얼마 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실시한 ‘학원수강 청소년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원수강 고교생 63.8%가 밤 11시 이후에 귀가하고 있고, 95.8%가 밤 11시 이후에 잠을 자고 있으며 새벽 1시 이후에 자는 경우도 6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에 발표된 청소년의 저녁식사시간 실태에 관한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 중학생조차 상당수가 저녁식사를 못하거나 학원 근처에서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60.3%가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라 답했다고 한다.
학원의 심야과외교습은 이처럼 수면, 휴식부족으로 성장기 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 발달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뿐 아니라, 범죄에 취약한 심야시간에 이동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유해한 환경에 빠지거나 범죄에 노출되어 안전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또학교수업 부실화와 파행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과다한 교습시간 수강에 따른 교습료 고액화나 가정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조차 이미 2003년에 우리나라에 대해 아동 잠재력의 최대한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매우 경쟁적인 교육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가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는 이러한 교육현실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여 2006년 9월 개정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위 법률은 제16조 제2항에서 학원의 과외교습시간은 “학교의 수업과 학생의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학부모 및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들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학원의 심야교습시간 제한에 있어 학교 공교육의 내실화와 학생의 건강권이 주된 입법목적이고 직업으로서의 과외교습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임은 위 법률의 입법취지로 봐서도 분명하다.
그런데도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최소한의 입법목적이나 교육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절차조차 무시한 채 이번에 문제가 된 ‘학원 24시간 교습’ 조례안을 통과시킨 셈이다. 서울시의회는 향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바 있으나, 어설픈 규제철폐와 같은 말장난이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란 관점에서 논의의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원교습이 심야까지 이뤄지는 배경에는 명목상 ‘자율학습’임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위해 학교 야간자율학습의 철폐 역시 진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영수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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