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찬반 불법’ 선관위 유권해석 파문

시민사회 “특정정당·정권 옹호 작태” 이향미l승인2008.04.0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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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하 건설 반대집회와 거리 서명운동, 토론회 등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선거법 위반행위로 규정하자 운하반대운동을 펼쳐온 시민사회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일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홍보물을 배포 또는 게시하거나 토론회와 거리행진 등 집회를 열고 서명을 받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내려지자 곧바로 일부 지역에서는 운하 반대활동에 대한 선관위와 경찰 등이 제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4일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금강행동)은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금강운하와 한반도운하에 대한 총선 후보자들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및 정당 후보자들에 대한 서약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전선관위 직원들이 ‘서약식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생략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지난 3일 과천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운하 찬반 불법’ 유권해석에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제공=운하백지화국민행동

또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과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서울 은평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윤주옥 운하백지화은평시민행동 사무처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운하반대를 위한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진행해왔으나 지난 2일에는 경찰이 집시법과 선거법 등을 이유로 활동을 제지해 혼자서 유인물을 돌리는 형태로 축소 진행했다”며 “국가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이같은 유권해석은 무엇보다 각 지역선관위마다 해석이 달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선관위는 지난달 29일 “특정정당이나 후보자를 거론하지 않은 채 선거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서명운동과 토론회는 선거법상 위반행위가 아니다”고 해석을 내렸다가 3일후 돌연 입장을 바꿨다.

대전선관위는 애초부터 “일반시민들 대상으로 운하반대에 대한 서명운동과 캠페인 활동을 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선거운동을 위한 행위로 선거법 103조와 107조에 위반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안명균 운하백지화경기행동 집행위원장은 “‘특정 정당과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은 대운하 반대서명운동은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선관위의 당초 해석이 선거법 취지에 맞다”며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운하 특별법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까지 서명운동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정기영 금강행동 상황실장도 “지역 선관위마다 해석이 다르고 애매모호한 조항으로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재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국가나 국토와 관련한 중대한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의사표현을 못하게 하는 것은 과잉조치”라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존재하는 사안이고, 선관위가 불법행위에 포함한 토론회는 찬반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운하백지화국민행동(국민행동)은 지난 3일 과천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국민행동은 항의의견서에서 “공정한 선거를 위해 노력해야 할 선관위가 총선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오히려 특정정당과 정권을 옹호하는 작태를 범하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철재 국민행동 조직국장은 “선관위측에서 일주일만 참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선관위 말대로 선거기간동안 운하 백지화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불법임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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