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내구연한 8년이 사용연한 20년?

경실련 "형식신고도서 조작 비일비재, 국토부 땜질처방 그만" 양병철 기자l승인2019.06.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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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에서 전도된 소형 타워크레인은 형식신고도서가 조작된 엉터리 장비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 원인 또한 강풍으로 인한 전도가 아닌 인양 하중을 초과해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경실련은 3일 타워크레인 형식신고도서와 설계도서를 입수해 이같은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사고 예방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 올해 3월 은평구 서부경찰서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강풍에 꺾여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단체의 이러한 지적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나타나고 있다. 소형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타워크레인 안전관리체계 이행력 강화’란 제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내구연한은 타워크레인 기종에 따라 7년 9개월에서 39년 1개월로 나타났다. 기종에 따라 어떤 제품은 30년간 사용이 가능하고 어떤 제품은 10년만 사용해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11월 정부가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합동 안전대책’에서 핵심 방안으로 내놓은 타워크레인 20년 연식 제한이 얼마나 허술한 대책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타워크레인 20년 연식 제한은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형 타워크레인의 내구연한은 7.9년이다. 정부 대책대로라면 내구연한이 7.9년으로 설계된 소형타워크레인은 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해주고 내구연한이 39.1년인 대형타워크레인은 20년만 사용해야 한다.

내구연한 20년이 훌쩍 넘는 대형 타워크레인은 대부분 유럽산 또는 국산 장비다. 이런 장비들을 20년만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외화 낭비이자 자원 낭비다. 대형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조선조에서도 가동되고 있다.

조선소에서 사용되는 타워크레인은 선박 조립 블럭을 인양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건설현장 타워크레인보다 인양 횟수도 훨씬 많고 작업시간도 길다. 하지만 조선소 타워크레인은 연식 제한이 없다. 이는 타워크레인 연식이 타워크레인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서부경찰서 신축현장 타워크레인은 불법개조 제품

최근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원표 조작은 물론이고 설계 하중을 초과해 작업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다. 2019년 3월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이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타워크레인은 FT-140L이라는 기종이다. 경실련은 FT-140L 장비의 형식신고도서와 설계도서를 입수해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FT-140L 설계도서를 보면 장비의 최대 인양 하중은 2.9톤이다. 정격하중은 50~63% 미만이다. 2.9톤의 50~63%는 1.5~1.8톤 사이다. 즉 안전한 작업을 위해서는 작업하중을 2톤 미만으로 해야 한다.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은 사고 당시 호퍼(콘크리트를 담는 바스켓)를 이용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었다. 호퍼는 1회에 1.0~1.2㎥ 정도의 콘크리트를 담을 수 있다. 레미콘 1㎥의 무게는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3톤가량이다. 호퍼 자체 무게는 0.5~0.7톤가량이다. 콘크리트와 호퍼 무게를 합치면 최소 2.8~3.0톤가량이다. 이는 정격하중을 훨씬 넘는 무게다.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에서만 정격하중을 무시한 채 작업했던 건 아니다. 타워크레인이 주로 인양하는 철근 한 다발의 무게는 평균 2톤이다. 3톤 미만의 소형 타워크레인은 대부분 설계 하중을 무시한 채 작업하는 셈이다.

하지만 관할 당국은 작업중지 명령 등 기본적인 시정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서부경찰서 신축현장 사고 원인은 인양 하중 초과로 인한 타워크레인 전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을 강풍으로 인한 타워 전도라고 발표했다. 책임 회피를 위해 엉뚱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FT-140L 장비의 형식신고도서를 보면 총 인양 횟수가 6.3×104회 이상 1.2×105회 미만으로 나온다. 계산하면 63,000~120,000회가 FT-140L 장비의 설계 총 인양 횟수다. 국토교통부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타워크레인의 연평균 인양회수는 5(시간당 인양횟수) X 8(1일 작업시간) X 20(월간 작업일수) X 10(연평균 임대월수)=8,000회다. 총 인양 횟수인 63,000회를 연평균 인양횟수 8,000회로 나누면 7.9년의 설계 수명이 산출된다.

사고가 발생한 FT-140 장비의 설계 수명은 7.9년에 불과하지만 타워크레인 20년 연식 제한으로 인해 위 장비는 설계 수명을 훨씬 넘은 20년 동안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짜깁기 타워크레인 형식신고도서 그대로 통과

국토교통부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신고절차도 문제다. 타워크레인 등록 신고 서류에 ▲구조검토의견서 누락 ▲주요 구조부 구조도면 미포함이 다수 발견됐다. 설계도면도 없는 상태에서 타워크레인 사용승인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1월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합동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노후크레인 연식 제한 ▲등록 크레인 전수검사 및 등록관리 강화 ▲부품 인증제 도입을 통한 불량부품 사용 억제 등 3가지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검증 조차하지 않고 있다.

장비별 형식신고도서와 설계도면을 비교하면 차이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FT-140L 장비는 JIB 길이가 늘어났으나 로프 지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JIB 길이가 늘어나면 로프 지름이 두꺼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크의 무게도 또한 줄어들었다. 최대 설치 높이는 FT-140L의 형신신고도서에 110m로 명기됐지만, 실제 도면은 47.085m에 불과했다. 최대 설치 높이를 2배 이상 부풀려 형식승인을 받은 것이다.

형신신고도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도서였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형식신고도서대로는 타워크레인 장비를 조립할 수가 없다. 설령 신고도서대로 짜깁기 조립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만 커진다. 이러한 설계도면 수백페이지 전체에 산업안전공단 명의의 형식신고확인 직인이 찍혀 있다. 담당 부처가 설계도서를 검증할 능력이 없거나 검증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장비 업체와 유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실 검사로 인한 타워크레인 안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부산에서도 소형 타워크레인 전도 사고가 발생했다. 장비는 UB2945 모델이다. UB2945 모델은 독일 립벨사의 154HC T자형 타워크레인을 러핑타워로 불법으로 개조한 장비였다. UB2945 모델은 DW2945 모델 장비와 설계도면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똑같은 장비를 서로 다르게 형식승인해 정부의 허가를 받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타워크레인 각각의 부속품 수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장비는 똑같은데 과연 어느 장비의 제원이 정격 제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같은 모델에 다른 이름을 붙여 형식승인을 받고 부속품 수치를 다르게 한 이유를 정부는 밝혀야 한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2018년에는 10건이 넘는 무인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올해에도 9건의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형타워크레인의 전도 사고는 정부의 통계에도 잡혀 있지 않다. 정부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형식승인과 기계 검사를 계속한다면 타워크레인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연식 제한 폐지·상시 검사 실시해야

경실련은 “타워크레인 연식 20년 제한은 폐지돼야 한다. 정부가 수시 점검을 통해 구조 결함이 발견된 타워크레인은 즉각 폐기시켜야 한다. 또한 현행 법률상 외국에서 수십 년간 운영된 타워도 새 타워로 둔갑해 등록이 가능하다. 건실기계제작증이나 건설기계제원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러한 서류는 회사 주소지조차 불분명한 제작회사나 검증기관에서 얼마든지 발급 가능하다. 공인된 업체나 인증기관에서 발급받는 글로벌 인증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타워크레인 형식신고도서를 전수조사해 설계도서·제원표가 조작된 장비는 즉시 폐기 조치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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