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해 5월 초에 보편적 정례 검토가 예정되어 있다. 약 두 달간의 작업 끝에 지난 1월 25일 37개 NGO가 보편적 정례검토 관련 NGO보고서를 작성하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제출하였고, 2월 29일 정부 담당부서에 공동의 토론회를 제안하였다. 그 후 비록 정부 담당부서에서 협의회 제안을 해 오는 등 이전과는 많이 달리진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정부측에서 논의과정의 언론 비공개를 끝까지 주장하며 버티는 바람에 결국 제대로 된 토론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언론이 있으면 참석자들이 ‘쇼’를 할 것이고 ‘언론의 왜곡 보도’로 최종 보고서 작성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공식 발언이었다. NGO와 언론의 저열한 수준 때문에 공개토론회는 불가하다? 그리고 정부측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도 불참하였다. 이제 최종보고서가 작성되었으니 토론회는 필요 없단다.
정부의 보고서는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인권’, ‘모든 인권의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 상호연관성’ 등을 강조하면서 마치 이러한 원칙이나 접근방식이 정부의 기존 입장인양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아직도 ‘자유권적 기본권-인간의 권리-소극적 권리, 사회권적 기본권-국민의 권리-적극적 권리’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국가인권정책 기본 계획(NAP)’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으로 국내적인 인권의 제도적 강화 및 보호·증진을 위해 노력 중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형제 관련 연구조사 등 기한까지 명확히 설정한 세부계획을 전혀 실행하지 않는 등 사실상 이를 사문화시키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NAP 권고안에 포함되었던 국가보안법의 폐지, 양심에 의한 병역 거부 인정과 적절한 대체복무제 도입, 사형제 폐지 등의 내용들이 왜 배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정부의 보고서는 또한 스스로에 의하여 조장, 방치되어온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빈곤의 심화, 고용불안정성의 강화, 집회, 시위 및 표현의 자유의 억압 및 취약집단에 대한 차별 등의 인권침해상황을 마치 외부요인에 의해 주어진 외적 환경인양 규정지으면서 기존의 인권침해에 대해 철저히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그 원인 파악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고민하기 보다는 현상의 나열과 형식적이고 부분적인 개선책만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스스로의 인권의식의 결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한 채 국민의 공감대 부재나 낮은 의식수준을 한국 내의 핵심적인 인권현안에 대한 대응 회피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의 양성화, 해고의 자유화 등 전반적으로 반인권적 정책기조가 이전보다 훨씬 강화,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정책기조를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고 있고, 점점 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집회, 결사의 자유 등 일부 인권현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예 그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심각해지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은 소극적인 형태의 거짓말일 수 있다.
‘쇼’를 일삼을 우려가 있는 NGO, 왜곡보도의 위험성을 내포한 언론 때문에 인권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조차도 거부하고 있는 정부. 자신들의 높은 인권의식에 비해 낮은 인식을 가진 국민들 때문에 인권의 총체적인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있는 정부. 거의 허위공문서 수준의 국가보고서를 유엔인권기구에 자신있게 제출하고 있는 정부. 이러한 정부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바로잡지 못하는 우리의, NGO의, 언론의 그리고 국민의 ‘힘’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황필규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황필규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당, 사하갑 이성권·이갑준 ‘부정선거 혐의’ 고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