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없으면 정부도 없다

작은 인권이야기[45] 임재은l승인2008.05.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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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청계천에서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1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광우병 쇠고기, 너나 먹어라’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후 촛불문화제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미FTA에 눈이 멀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이명박 정부가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며 덜컥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나서니 국민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촛불을 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서명이 벌써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우기고만 있다. 시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정부에 분노해 스스로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것은 그동안 이명박 정권이 입버릇처럼 받들어 모시겠다고 말 했던 ‘민심의 소리’이다. 그런데 경찰은 이 민심의 소리를 불법으로 몰아 사법처리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만약 촛불문화제 주최 측이 정치적 구호나 발언을 하거나 참가자들이 이에 동조해서 구호를 외치거나 플래카드를 펼치고 피켓을 흔들면 불법 정치집회로 규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구호를 외치고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라는 경찰의 주장은 순전히 자기 마음대로 판단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다. 평화적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한 행사가 집회이든, 문화제이든, 기자회견이든 본질적으로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경찰이 집회다, 아니다 판단해 처벌 운운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고 반인권적인 행위다. 촛불문화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허용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광우병 위험에 대해 국민 스스로 건강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게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하는 거대한 표현의 장이다.

이것을 ‘정치적 목적’이라고 본다면 일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막무가내로 결정한 이명박 정권의 결정 또한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무시한 채 강행된 정치적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없으면 정부도, 국가도 있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민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평화롭고 자발적인 촛불문화제마저 악법과 경찰을 동원해 짓밟는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다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반역사적 행위가 될 것이다.

경찰과 이명박 정권은 촛불집회에서 ‘피켓이 있느냐, 구호를 외치느냐’를 따져 ‘불법시위’라고 국민을 협박할 것이 아니라, 촛불문화제에서 국민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재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근활동가

임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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