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22일 화학물질 ‘규제 개선’ 건의과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규제 법률이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에 따라 어려움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발생 등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직업병 발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책 및 예방사업은 미흡한 실정이며, 중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발암물질, 생식독성물질, 유전자변이원성물질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출기간이 상당히 길어 유해화학물질 취급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데, 기업경쟁력 운운하며 규제를 풀어 달라는 몰염치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총의 주장은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기업경쟁력을 위해 제물로 내놓으라는 것이다.

기업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쯤은 무시돼도 좋다는 것이 경총의 공식 입장인가? 국내 화학물질 관련 규제는 선진국 규제에 비해 강한편도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아직도 규제완화를 통해 그것도 노동자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이나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본무역규제 영향을 빌미로 삼는 것도 근거가 약하다. 환경부에서도 이미 국가에서 지정 관리하는 화학물질 수는 오히려 국내(1,940종)보다 일본(2,081종)이 더 많고, 신규물질 심사뿐만 아니라 기존물질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경총은 R&D용 화학물질 사용 때 신고의무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만일 연구과정에서 사고라도 발생했을 때 기업이 화학물질사용을 은폐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해왔다.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길 일이다. 

연구개발용 신규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요구도 이해하기 어렵다. 경총은 산안법 하위규정 중 연구개발용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연간 100kg에서 1톤 이상으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는데 1톤 규모는 연구개발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를 무너트려 기업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6500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1400명이 넘었다. 구미 가스 누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경총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화학물질규제 법률에 대한 개정건의를 철회하라.

(2019년 8월 22일)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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