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축산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18일 600㎏ 큰 수소 마리당 평균 가격은 391만원으로 지난달 평균 430만원보다 40만원(9.3%)이 떨어졌다고 한다. 사료비, 운임 등의 증가로 축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농민들은 산지 소 값의 하락으로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생존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주시 용강동 우시장에는 “애물단지, 골칫거리가 됐다”는 농민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22일 보다도 가격이 더 떨어져 마리당 50만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었다.

홍수출하가 시작되면 한우 가격은 그야말로 한없이 추락할 것이고 이로 인해 모든 농가들이 파산하게 될 것이란 우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축산농가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원산지 표기 강화를 위한 집중 단속, 도축세 폐지 및 생산 장려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지 축산농가가 느끼는 체감 효과는 거의 ‘제로’이다.

정부의 대책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광우병 위험까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값싸고 질 좋다니, 국민의 분노와 축산농가의 실망을 사는 발언이다. 축산농가의 현실도 모르고, 축산업의 현실도 모르는 발언이다.

산지 소 값의 폭락과 사료비 등의 증가로 축산농가의 줄도산이 예견되고 생존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데,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민족 존립의 기반인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족의 태반인 농업을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최근의 곡물가격 폭등이 잘 말해주고 있다. 세계 곡물가격을 좌우하는 거대 자본의 다국적 기업에 국민의 생존이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은 인수위시절에 밝힌 바와 같이 국외적으로는 비교우위론에 기초한 지속적인 농업개방의 추진, 국내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중심으로 한 시장원리이다. 한마디로 ‘시장과 실용’이다.

물론 한국 농업이 살아나가자면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원리와 실용만으로 농업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시장원리와 실용주의는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 전체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도산 위기에 처한 축산농가를 비롯한 민족의 태반인 농업을 살릴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은윤수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은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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