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우리 자식들이 살아남고, 살아남을 뿐 아니라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상부상조의 사회관계를 회복하고,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르는 농업중심의 경제생활을 창조적으로 복구하는 것과 같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조직하는 일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지난 1991년 11월 창간한 생태환경전문지『녹색평론』의 창간사 일부다. 그로부터 정확히 16년 6개월. 이 잡지가 드디어 이번 5-6월호로 통권 100호를 맞았다. 격월간지 임을 감안하면 한 번도 결호 없이 꼬박꼬박 나온 셈이니 대단한 성과다.

자칫 ‘과거로의 회귀’처럼 들리는 창간사를 들고 나온 이 책이 이렇듯 장수하리라 여긴 사람은 적어도 당시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녹색평론』이 우리 사회에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났다. 이 책이 던진 ‘사람과 자연사이의 분열 치유’ ‘생태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안 모색’이라는 화두는 소비에트 붕괴이후 사상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던 진보적 지식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로 책이 채워질 동안 독자들은 비례적으로 늘어만 갔다. 현재 이 책의 발행부수는 1만부. 고정 독자도 5,000명을 훌쩍 넘겼다. 열악한 출판계 사정을 생각할 때 ‘대형잡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독자층도 농민, 비정규직 노동자, 가정주부,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시민운동 활동가나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녹색평론이 우리 사회가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또다른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독자층의 다양성과 무관치 않다.

『녹색평론』은 특히 ‘골수팬’이 많기로 유명하다. 창간 당시부터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는 물론 어지간한 중소도시에까지 자발적 ‘녹색평론 독자모임’이 결성되어 있을 정도다. 독자모임은 적게는 네댓 명에서부터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그 달에 나온『녹색평론』을 읽고 토론을 벌이거나 초청강연회 등을 갖는다.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는『녹색평론』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다. 김종철 교수 역시도 100호 기념 좌담에서 “녹색평론을 만들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자 자랑거리라면 이런 자발적 독자모임이 전국에 고르게 있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녹색평론 독자모임’이 통권 100호를 그냥 지나칠리 없다. 당연히 기념강연회를 준비했다. 21일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오후 7시)을 시작으로 24일엔 원주 상지대학교 민주관(오후 2시), 28일은 군포문화센터 대회의실(오후 7시30분), 그리고 6월1일엔 부산 공간초록(오후 2시), 4일은 제주 이라운드(오후 7시), 11일은 광주 월산동성당(오후 7시) 등 전국을 순회하며 연다. 특히 5월 30일에는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과 김종철 발행인 초청 ‘시국강연회’도 원불교 종로교당 대강당(오후 6시30분)에서 열 예정이다.

한편 통권 100호는 이를 기념하는 좌담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비롯, 다양한 내용들로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충남대 박진도 교수의 “이명박 정부의 農政을 진단한다”와 건국대 윤병선 교수의 “세계적 식량위기의 원인과 식량주권”, 그리고 최성각 풀꽃평화연수소 소장이 쓴 “중국은 티베트를 놓아줄 만큼 강하지 않은가” 등은 그 시의성으로 주목된다.

발행인은 머리말을 통해 “인간다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물질적으로 부유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광범위하게 뿌리깊이 퍼져있는 맹목적인 믿음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층더 우리의 입장을 비타협적으로 견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100호를 펴낸다.”며『녹색평론』의 향후 역할을 분명히 했다.
김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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