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다수의 사회

[이주원의 티핑포인트] 이주원l승인2008.05.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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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들어오면 사랑은 창틈으로 새나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성북구에서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이 말을 정말 곱씹게 됩니다. 단지 가난 때문에 한 가족이 사랑을 잃고 가정해체, 가정폭력 등이 일어나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들이 하는 일이 단지 물질적인 나눔만이 아니라 한 가정의 사랑을 지켜주는 일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께 한 말씀 드립니다. 당신께서는 살림살이를 낫게 해달라는 국민적 염원이 응집되어 2위와 500만 표도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 실용을 표방하며 여러 정책들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너무 설익어 오히려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안겨주고 계십니다. ‘어륀지’와 ‘삽질운하’, ‘미친소’로 상징되는 설익고, 실패가 충분히 예상되는 정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에는 거리가 먼 분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그렇다고 대통령께서 실패하시기만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대통령이 실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이자 경제의 실패이고, 서민들에게 악몽이기 때문입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아랫목부터 데워지지만, 불이 스러지면 윗목부터 식는 게 세상 이치이듯 정치와 경제가 바르게 성장하면 ‘있는 사람들’부터 혜택을 보지만 방향을 잃고 실패를 한다면 ‘없는 사람들’부터 죽어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가난이 들어와 사랑이 창틈으로 새나간 많은 가난한 국민들을 보살피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말입니다. 살다보니 몸과 마음이 아플 때가 많이 있습니다. 특별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기력이 떨어지고 몸져눕게 되어 의아해할 때가 많습니다. 지인들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을 때마다 딱히 아픈 곳은 없는데…. 대답이 궁색해지곤 했습니다. 고민이 들더군요. 왜 자주 아플까 하고요. 그러다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에 가난이 남아 있는 한, 그 가난 때문에 사랑을 잃어버리는 이웃들이 남아 있는 한, 제 아픔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그리고 탐욕과 욕심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웃들에게 아픔이 남아 있는 한, 제 아픔 역시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혹시 가난하건 부자 건 모든 사람들이 병고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때 비로소 제 병도 씻은 듯이 낫겠지요.”

대통령께서는 병고가 몸에서 떠나서는 안 됩니다. 가난이 남아 있고, 그 가난 때문에 사랑을 잃어버리는 국민들이 남아 있는데 건강하다면 그건 모든 이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모든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사랑은 귀한 외아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같은 것입니다. 외아들이 병들면 그 부모도 아프듯이 국민들 중 많은 이들이 가난으로 몸과 마음에 병고가 깊으면 대통령도 깊은 병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미친소’를 들여와 국민에게 먹이려는 당신의 그 고집을 가만히 지켜보기에는 너무 불안합니다. 제가 대통령께 병고가 몸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드린 말씀은 국민의 삶을 잘 살펴달라는 뜻이지 ‘미친소’를 먹이고 국민을 병들게 한 다음에 같이 아파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바람이 있습니다. ‘미친소’를 그만 고집하시고 우리 이웃들의 집에 가난이 들어오지 못하게 좋은 정책 펴주시고, 혹 가난이 들어오더라도 사랑이 창틈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대책을 만드시는데 전력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께 당부의 말씀을 올리다 보니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가난한 다수를 도울 수 없는 자유사회는 부유한 소수도 구할 수 없습니다.”


이주원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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