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지기

따뜻한 하루l승인2019.10.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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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기르고 수확한 보리가
어느덧 바닥을 보이려 합니다.
이제 곧 다가올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빨리 모내기를 마쳐야 하지만,
메마른 땅에는 봄이 되어도 비가 오지 않고
논바닥은 쩍쩍 갈라지기만 합니다.

가족의 배고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농부는
말라비틀어지는 논에 계속 괭이질을 합니다.
먼지가 풀풀 나도록 마른논을 갈고 또 갑니다.
괭이를 휘두르는 농부의 손이 부르트고
쏟아지는 땡볕에 농부의 얼굴에 주름이
더욱 깊어집니다.

누가 봐도 농부의 행동은 쓸모없어 보였습니다.
물도 없는 논을 힘들게 파헤쳐 봤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농부가 피 같은 땀을 뿌려 가며 갈아놓은
논은 마침내 먼지처럼 고운 가루가 됩니다.
그러다 천둥소리가 나며 비가 쏟아져 내리면,
온 식구가 뒤늦은 모를 심었습니다.

천둥소리가 나야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천둥지기’라 했습니다.

산골짜기 같은 데에 있어서 물길이 닿지 않아,
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입니다.
평평하고 기름진 땅은 대지주들이 차지한 경우가 많았고,
가난한 농부들은 소작을 부쳐 먹거나
물길이 닿지 않는 천둥지기에서
벼를 길러야 했습니다.

먼지처럼 곱게 갈린 논에 비가 오면
논은 이내 곤죽이 되는데,
그러면 뒤늦게 논을 갈고 할 것도 없이
모를 꽂아나가기만 하면 됐습니다.

농부가 마른논을 갈고 또 갈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때로는 절대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일에
한없이 매달려 발버둥 쳐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노력했던 일들이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져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우리들 삶에 천둥이 내려치는 그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노력이 적다면 얻는 것도 그만큼 적다.
인간의 재산은 그의 노고에 달렸다.
– 헤리크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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