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는 마음들

내 인생의 첫 수업[43] 위정희l승인2008.05.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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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있다는 데, 삶의 방향을 가르는 ‘인생의 첫 수업’이…. 나한테는 고민이었다.

지금까지의 삶을 시간을 연대기를 만들어 정리 해 보아도 내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을 가지게 한 의미 있는 경험 중 특정한 사람과 내용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특정한 사람과 사건보다는 너무 많은 사람과 사건, 일들이 떠올라 특별한 하나를 고르기 힘들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모든 일에 감동을 잘 받기 때문인가?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지식의 정도나 깊이를 알 수는 없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똑같은 사물을 조금만 다르게 해석해낸다면 그 말과 행동에 쉽게 감동한다. 더욱이 자기가 가진 것 무엇이라도 남과 나누겠다면 감동한다.

특히 그때는 하루하루가 정말 아픔과 감동이 함께하던 시기였다. 지난 1999년 IMF로 온 국민이 어렵던 시절, 가장 어렵던 사람들이 모여 있던 서울역지하도와 서소문 공원은 전쟁터 같았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1천명, 2천명으로 늘어나던 시기였다. 그 때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노숙인들과 함께 했던 서소문 공원 한 켠의 가건물 ‘노숙자 지원센터 아침을 여는 집’의 흔적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곳이었다.

당시 무료급식의 행렬이 600명에서 1천명 가까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던 때, 현장으로 달려가 ‘실직노숙자 긴급지원사업’을 진행하던 내게는 나누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경험했던 시기였다.

지나가던 버스에 탄 승객 모두가 지갑을 열어 만들어 온 11만5천 몇 백원이 감동이었고, 인근 목욕탕 주인들을 만났을 때 몇 달 씩 씻지 못한 그 들을 위해 손님 받는 시간을 흔쾌히 조정해준 것이 기운을 북돋는 일이었다. 노숙인 중 500여명을 사회복지시설에서 6개월간 90만원의 임금을 주며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긴급예산을 만들어 온 복지부사무관의 노력이 감동이었고, 1천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던 자원봉사자들을 잊을 수 없다.

실직노숙자 향한 감동 물결

자원봉사자들에게 드링크제를 챙겨주던 손길들이 감동이었다. 공원 임시 천막 무료진료소에 기꺼이 달려와 준 의사들, 필요하다 하면 문 닫고 약품을 조달하던 충정로 어느 곳의 약사 들에게서 받은 감동은 센터의 활력소였다.

무엇보다도 악취와 소음으로 꽉 찬 공원을 스스로 청소하던 술 병 든 노숙인 그들이, 어디서 얻었다며 꾸겨진 껌 한통을 내게 챙겨주던 이름 모를 노숙인이 과로로 병원에 실려 갔던 바로 다음날 다시 센터로 출근하게 하는 힘이었다.

공무상 안 되는 일이지만 기꺼이 공원 한 켠에 빨래줄과 세면대를 설치하던 동사무소 직원들의 수고로움, 저녁시간 노숙으로 위험할 수 있다며 구급패트롤을 시작하던 소방서, 쌀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쌀을 책임져 주었던 사찰들, 그리고 지원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하자며 모였던 6개 종단의 성직자들, 국과 찌개에 넣으라며 배달 차량을 세우고 고기를 내려주던 도매상인의 아름다운 마음들이 이어지던 그 곳.

봄으로 이어지던 2000년 서소문 공원은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힘인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의 은은한 향기’로 가득 찼던 곳, 내 인생의 감동의 나날이었던 때이다.


위정희 경실련 기획실장

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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