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지난 25일 발표한 가운데, 이 권고안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된 주 52시간 상한제를 성장과 경쟁력 저하의 요인으로 평가하고, 이를 무력화하는 방향을 제시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차산업위가 글로벌 산업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언급한 노동시간이 아닌 오직 성과만으로 평가받고 해고와 이직이 일상인 인재는 누구를 위한 인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다.

▲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할 노동시간 감축·적정 생활임금 보장 등 ‘보편적 노동권 제도화’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4차산업혁명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참여연대는 "정부가 노동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의 증가 등 4차 산업혁명이 수반하는 노동문제에 대비해 ‘최대노동시간 제한, 적정한 생활임금, 산업안전 강화 등 보편적 노동권 제도화’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권고안뿐만 아니라 발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의 장병규 4차산업위 위원장의 “주 52시간제는 개인의 일할 권리를 국가가 빼앗는 것”이라는 발언도 문제로 지적된다. 참여연대는 "이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규제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자는 뜻과 다름없어 도리어 독재정권과 재벌이 주도했던 2차 산업혁명 시대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노동도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등장한 형태의 노동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노동이 나타났고, 이러한 노동을 수행하는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 노동자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문제를 다루어왔다.

이와함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경계가 모호한 특수고용노동자가 증가하고,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증가는 장시간 노동, 임금·노동 조건의 하향화, 고용 불안 등 수많은 노동 문제의 확대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설립 10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의 미래 보고서에서 계약형태나 고용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는 노동기본권과 최대노동시간 제한, 적정한 생활임금,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조치를 기초로 한 ‘보편적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발전은 고용과 노사관계 형태 등 노동환경을 변화시키고 사회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 정부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4차산업위의 권고안은 인재라는 개념을 통해 기존 노동법제도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고 주 52시간 상한제를 성장과 경쟁력 저하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참여연대는 "4차산업위가 제시한 주 52시간 상한제 무력화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될 수 없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국가의 역할은 해고와 이직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와 이직의 위험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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