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동자의 우울한 미래

[이주원의 티핑포인트] 이주원l승인2008.06.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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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 혁명으로 열린 정교한 정보통신기술은 다양한 노동 현장에 신속하게 침투하고 있다. SF 영화 속에서만 존재했던 지능기계가 인간노동을 대체하면서 많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증대하는 실업자는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치닫는 강력한 시장을 이루기 위한 단기적인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단일한 시장이 강력하게 자리 잡으면 하이테크 생산, 세계적인 교역의 붐,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가 밀려올 것이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성장이 새로운 고용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은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을 매주 해고하길 원한다. 전 세계의 많은 노동자들은 사무실과 공장에서 공포에 질린 채 하루라도 해고가 더 늦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들은 대부분 저임금 부분이나 임시직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1994. 2. 24일자)은 “대부분의 인원 감축은 보다 적은 노동력으로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보다 나은 컴퓨터 네트워크나 하드웨어로 인한 것이다”고 쓰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미래는 우울하다. 생각하는 기계가 노동 현장 전 영역에 걸쳐 육체노동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대다수 산업 국가의 노동력의 75% 이상이 단순 반복 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자동 기계, 로봇, 정교해지는 컴퓨터는 이런 작업들의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경제학자 레온티에프는 “보다 정교한 컴퓨터의 도입으로 인하여 마치 농경 시대에 있어서 말의 역할이 트랙터의 도입에 의해 감소되고 제거된 것처럼,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서의 인간의 역할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격렬해지는 경쟁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육체노동으로부터 기계노동으로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의 혁명적 열정은 불타오르고 있다. 인건비의 증가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국제 경쟁력의 상실 원인으로 비난받고 있는 유럽의 경우, 기업들은 노동력을 디지털 기술로 서둘러 대체하려고 한다. 클리브랜드에 있는 모터 제조업체인 링컨 일렉트릭사의 간부인 소보우는 “우리는 신규 채용보다 차라리 자본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생각하는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체하면서 블루칼라를 위협하고 있다면, 디지털 혁명을 수반한 리엔지리어링은 화이트칼라를 위협하고 있다. 기업들은 디지털 환경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조직 구조를 재구축하고 있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관리 계층의 제거, 직무 범위의 축소, 팀별 운영, 다기능 교육, 생산과 분배 과정의 단축, 관리의 축소를 실행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10여년 동안 미국에서 300만개 이상의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필요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미 한국사회도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앞으로 더 가속화되리라 예상되는 디지털 혁명은 화이트칼라 부분에서 수많은 과잉 노동력, 즉 대규모의 실업자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디지털 혁명과 작업장 리엔지리어링의 효과는 제조업 부문에서 가장 심각하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기술 자문이자 장관이었던 자크 아탈리는 “기계가 새로운 프롤레타리아이다. 노동계급에게는 해고 통지서가 발부되고 있다”며 노동자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급속하게 노동자 없는 노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노동 없는 세계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대량실업, 빈곤, 사회적 불안과 격변이라는 우울한 미래가 될 수 있다. 2MB는 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이주원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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