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청소년들의 삶에 가장 바뀐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사회참여가 많아졌다고 한다. 즉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고생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만큼 청소년의 삶에 미친 피해가 크고,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절박함이 곳곳에 깔려있다. 청소년들이 촛불문화제에 와서 하는 주요한 발언 중 하나가 헌법을 읊는 것이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조 2항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인데 이런 것을 가르치는 교과서는 ‘판타지 소설’이냐고 되묻는 발언에서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소년들이 촛불은 든 것은 광우병 문제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4월 15일에 이명박 정부는 학교에 자율성을 준다는 명분으로 ‘학교자율화’ 정책을 발표하여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광우병 반대 촛불문화제가 시작하기 전 ‘0교시·야자보충·우열반·학교자율화반대 청소년 연대’라는 이름으로 약 200여명의 청소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에 반대하는 촛불을 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를 교육사육부로 바꿔라’, ‘0교시 할거면 밥 먹고 학교오란 말 하지마라’며 청소년들은 절규했다. 그리고 그날의 두드러진 구호는 ‘反 이명박’이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왜 이렇게 청소년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청소년에게 보여준 태도에 있을 것이다. 영어몰입교육, 놀토 폐지, 학교자율화, 미국산 광우병 위협 쇠고기 수입 등 청소년들에게 가장 민감한 정책들을 청소년의 어떠한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했다. 이 외에도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어서 투표를 못했기 때문에 선거에 대한 책임도 없고, BBK 등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영어몰입교육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저항에 부딪쳤다. 이 때 서울 Y고등학교 한 학생회장은 “학교에서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했는데도 이미 40명 중 35명이 잔다”고 한 토론회에서 밝히면서 이 정책의 허구성을 알렸다.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인해 여론의 반발을 산 이명박 정부는 일보 후퇴하면서 ‘아니면 말고’식으로 나왔다. 이후 정부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영문 협상문을 잘못 해석해 청소년들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학교자율화 정책 발표 이후 학교 안에서는 입시경쟁교육이 더욱 더 강화돼 청소년들이 점점 ‘자살’과 ‘우울증’을 얘기하고 있다. 또 ‘학교자율화’ 2단계 정책인 학교별 경쟁으로 인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치활동이 탄압받고 있다. 심지어 수업분위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학창시절의 추억거리인 수학여행에 ‘해병대 체험’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주는 급식을 먹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더 민감한 문제다. 5월 2일과 3일 거리로 나왔던 청소년은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10년 후쯤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호소했다. 청소년은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이후 우리의 삶이 대부분이 바뀌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배우 정찬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삶을 “0교시 수업하고 급식으로 광우병 쇠고기 먹고 죽어서 한반도 대운하에 뿌려진다”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출범 100일이 된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청소년들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이러한 정책이 변하지 않고서는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즉 촛불시위는 계속 될 거라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가 ‘초중고생과 싸우다가 임기가 갔다’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청소년과 가장 민감한 교육을 비롯한 청소년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청소년의 입장을 듣는 자세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종민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장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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