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따라- ‘신이 내린 황금 그물, 돌살’

생태어법인 돌살이 키운 마을, 남해 해라우지 남효선l승인2008.06.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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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살'은 생태철학을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

남해군청 공보계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 물살이 센 물목에 세워 고기를 잡는 '어사리'와 뭍의 끄트머리에서 바다로 향해 돌둑을 쌓아 밀물 때 함께 밀려 들어 온 고기를 잡는 '돌살'은 우리 선조들이 자연계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며 고기를 잡아 온 '전통 어로방식'이자 '생태철학'의 구체물이다. 사진은 남해군 창선대교 바다에 설치된 '어사리(죽방렴)'

다도해의 섬이 그림처럼 떠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빚은 수려한 고장, 남해로 들어서는 초입에 남해대교가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그림처럼 서 있습니다.

남해대교를 지나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끝을 스치는 갯마을을 지나 지족해협에 자리한 창선대교를 건너면서 낯설은, 그러나 금세 친숙한 광경 하나를 만납니다. 바로 죽방렴(竹防簾)이 그것입니다. 의미 그대로 풀이하면 ‘대나무를 엮어 둘러친 발’이라는 뜻이지요.

죽방렴은 ‘물살이 드나드는 바다의 좁은 물목에 대나무로 엮은 발 그물을 둘러쳐 고기를 잡는' 전통어법이자 생태어법입니다.

남해군청 공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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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리는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이 얕은 개펄에 V자 모양으로 만듭니다.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은 뒤, 대나무로 그물을 엮어 물고기가 들어오면 V자 끝에 설치된 불룩한 임통(불통)에 갇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임통은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히게 되어 있지요. 물고기는 하루에 두세 번 목선을 타고 들어가 뜰채로 건져냅니다.

고기잡이는 3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며, 5월에서 8월 사이에 멸치와 갈치를 비롯해 학꽁치·장어·도다리·농어·감성돔·숭어·보리새우 등이 주종입니다. 그중 멸치가 80% 정도 차지하지요.

조선시대에는 ‘방전’이라 불렸으며, 남해 일대에서는 ‘어사리’라 불립니다. 남해군 지족마을에서는 지금까지도 ‘어사리’로 고기를 잡는 전통어로기술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는, 생태어로 마을입니다

요즘처럼 '고뎅구리'로 불리는 '저인망식 쌍끌이 어업'으로 어족자원 고갈이 사회문제를 넘어 인류의 삶 마저도 위협하는 지구 생태를 파괴하는 지경으로까지 전화된데 반해 '어사리'와 '돌살'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철학'인 셈이지요.

특히 어사리로 잡는 ‘죽방 멸치’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남해군에서만맛 보고, 또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는 독특한 관광자원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지족마을을 지나 남해군 남면 홍현리의 ‘해라우지’마을에 가면 어사리와 함께 또 하나의 소중한 전통문화 유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돌살’입니다.
남효선
남해군 홍현리 '해라우지' 마을은 우리 선조들이 누 세기에 걸쳐 축적해 온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전통생태어법인 '돌살'을 고스란히 보전해 온 '생태마을'이다. 사진은 말발굽형 돌살

돌살은 어사리와 함께 우리 민족, 특히 민초들이 수 세기 동안의 어로활동을 통해 축적해 온 전통어법이자 노동의 지혜입니다.

돌살은 ‘바다의 만(灣)이나 해안의 만곡부(灣曲部)에서 돌담을 쌓아 고기의 경로를 차단하거나 막아 고기를 잡는 전통어로 기법’입니다. 특히 돌살 어법은 조석간만의 차가 큰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 지방의 ‘조간대 갯벌’에서 발달한 어법이지요.

돌살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한국 수산지」에 두 개의 돌살 양식이 제시되어 있는 바, 하나는 ‘해안의 끄트머리에서 바다 쪽을 향해 타원형으로 돌담을 쌓은 말밥굽형’이며 또 하나는 ‘만을 일직선으로 차단하여 두 줄로 높낮이를 다르게 축조한 형태’입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말발굽형의 돌살’이 왕성하게 전승되었습니다.

돌살이 ‘밀물에 함께 들어 온 고기를 돌살 안에 가두어 잡는 방식’인 까닭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물을 역으로 이용하기에 안성마춤인 말발굽형’이 가장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돌살로 전승됐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속학자 주강현은 돌살을 ‘신이 내린 황금그물’이라 정의했습니다. 특히 주강현은 ‘돌막이 방식’이야말로 그물어법을 배태시킨 모태라고 평가합니다.

돌살은 ‘독살’, ‘돌발’, ‘어살’, ‘석전’, ‘석제’, ‘석방렴’ 따위로 불립니다. 조선시대까지는 주로 ‘석전’으로 칭했으며 최근 석방렴으로 불리는 시초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민속학자들은 말합니다.

한국수산지에도 석방렴, 석제로 표기되어 있는바, 이는 일본의 연구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학계가 죽방렴에 대한 상대어로서 석방렴을 사용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어법인 돌살은 표기에서 점차 사라지고 석방렴이 고유명사화 됐다는 것이 주강현 교수의 지적입니다.

실제 직접 돌살로 생계를 이어 온 현지 주민들은 ‘석방렴’이라는 용어 자체를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돌살’ 혹은 ‘독살’입니다.

어구분류학자들은 돌살을 ‘함정어구’로 분류합니다. 캐나다의 인류학자 브란트는 사람들이 고안해 낸 어구를 총 16개로 분류하면서 돌살을 ‘물고기를 유인하여 잡는 함정어구’로 정의했습니다. 함정어구류는 대상생물이 많이 회유하는 장소에 대상생물의 은신처 역할을 하거나 일단 들어간 대상생물이 되돌아 나올 수 없도록 장치한 어구를 설치하여 대상생물이 제 스스로 함정에 빠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남효선
'돌살'의 고장, 해라우지 마을은 질 좋은 소라, 해삼, 전복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다.
남효선

남해 해라우지 마을에는 이같은 돌살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또 왕성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해군이 이곳, 해라우지 마을을 ‘어촌 체험마을’로 지정하면서 돌살은 마을을 살찌우는 체험관광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해라우지’마을의 지명은 합성어입니다. 법정명칭은 남해군 남면 홍현리이지요. 홍현은 ‘무지개 재’라는 뜻입니다. 홍현마을은 소라와 전복로 마을로 유명합니다.

이 마을이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마을주민들은 의논 끝에 ‘바다 海’자와 ‘소라 螺’자에서 ‘海螺’를, 또 마을 옆으로 발달된 해안절벽에서 철새인 ‘가마우지’가 무리를 지어 월동하는 곳에서 ‘우지’를 따와 ‘해라우지’로 명명했다고 체험마을 사무장인 김옥진 씨는 설명합니다. 마을의 생태적 특징을 살려 지은 이름인 셈이지요.

실제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랄라’ 또는 ‘난나리’라 부릅니다. 모두 질 좋은 소라와 전복이 많이 생산되는 갯마을임을 뜻하는 마을지명입니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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