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재앙, 수돗물 사유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수돗물 사유화의 폐해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시가 수돗물을 민간위탁한 후 매년 수도요금이 30~40% 씩 인상되고 있다는 소식,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년 사이에 요금이 600% 인상됐고 수질이 악화되어 콜레라가 창궐했다는 소식, 우루과이에서도 요금이 10배 인상되어 우리의 촛불집회처럼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소식,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수질악화와 수돗물 누수, 폐수 무단방류 등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는 얘기…. 아직 남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우리의 현실이 될 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수돗물 사유화가 이명박 정부의 또 하나의 안하무인 격 정책으로 공론화되면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러자 정부 각 부처는 수돗물 사유화 계획 없다, 그리고 관련 법 입법예고를 유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유화 계획이 없다고 발표한 그 순간에도 이면에서 수돗물 사유화를 준비하고 있었고, 추진 중이다. 단지 신성장동력이니 효율성과 전문성 재고니, 화려한 포장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물(수돗물) 사유화는 노무현 정부가 시작해 이명박 정부가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7년 7월, ‘물산업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공표했다.

주된 내용은 물을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로 새롭게 규정하고 ‘물산업’을 육성하여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기반을 이룰 물 기업을 키우기 위해 수돗물을 민간위탁하거나 기업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른바 물산업육성 정책의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위 내용을 담은 물산업지원법 입법예고를 추진 중이다.(원래 6월 초에 입법예고하려 했으나 물사유화 논란이 일자 일단 유보하였다. 하지만 입법을 위한 모든 준비는 완료된 상태이다)

아울러 행정안전부는 3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지방상수도 위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5월 29일에는 수돗물 민간위탁과 기업화에 초점을 맞춘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런 와중에서도 정부는 수돗물 사유화 계획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논리는 기본적으로 위탁이나 기업화는 사유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탁의 경우 소유권은 안 넘기고 운영권만 기업에 넘기는 것이며, 기업화의 경우 지자체가 지분 51%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역시 사유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탁’은 사유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는 우리나라 정부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90년대 초부터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은 철도, 가스, 상수도 등 소위 망산업을 사유화하는 방법으로서 ‘위탁’을 추천한 바 있다. 소유권 이전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기업이 떠안지 않은 채 이윤을 챙기면서 국민의 반발도 불식시킬 수 있는 대단히 세련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FTA 체결과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정부 기조인 이상 지분 51% 유지는 허상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164개 지방상수도 중 13개 시군 상수도가 수자원공사에 위탁한 상태이다. 정부는 앞으로 164개 지방상수도를 권역별로 통합하여 수익성을 개선하고, 이를 수자원공사나 국내외 민간기업 또는 그 자체를 법인화하여 여러 개의 상수도 관련 회사들이 상호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요금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수질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장밋빛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고 있다.

물이라는 국민의 생명줄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망각한 채 사회적 재앙을 불러올 발상이다. 망산업은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산업이다. 춘천물이 좋다고 서울 시민이 춘천 수도꼭지를 달아 춘천물을 사용할 수 없지 않는가? 즉 상수도는 원천적으로 지역독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독점체를 국가나 국민이 공공성을 목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이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을 사기업이 독점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사유화로 “수도요금 하루 14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으나, 최소 2~3배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현재 요금현실화율이 30~40%대인 지역이 태반인데, 기업에게 넘기기 위해서는 요금현실화(요금 인상)를 해야 한다고 정부조차 인정한다. 그리고 요금현실화를 달성한 이후에는 기업에게 이윤율을 보장해줘야 한다. ‘요금 현실화+이윤 보장=요금 인상’은 초등학생도 할 줄 아는 덧셈뺄셈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수돗물 사유화하는 것 맞다고, 요금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기업들 배불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국민이 희생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