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본부 만들어 되레 몸집불리기 시도”

촛불문화제를 통해 비인권적인 전의경제 폐지 필요성이 확인됐지만 경찰청은 참여정부에서 수립된 폐지계획의 이행에 손을 놓고 있다. 여기다 최근 전의경제에 대한 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의경 폐지가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어청수 경찰청장이 개인의견을 전제로 전의경제 존치의견을 피력했었지만 정부는 이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참여정부는 3만7천명 수준인 전의경을 올해부터 20%씩 감축해 5년 후인 2012년엔 폐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이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의경폐지 계획에 따라 1차 대체인원으로 지난해 채용된 1천여명의 순경이 오는 7월 기동대에 배치 받지만 이들에 대해 운용계획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청 전의경 대체 테스크포스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운용계획은 잡혀있지 않다”며 “집회&시위 형태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어떤 역할을 할지는 실제 운영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규채용 순경들의 기동대 배치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기존 전의경과 역할 분담 등 임무가 매뉴얼화 돼 있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희수 경찰혁신위원회 위원(전북대 교수)은 “인력을 충원하면서 운용계획이 없다면 행정 난맥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다면 경찰 내부적으로 전의경 폐지계획 백지화가 기정사실화 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전의경을 대체할 직업경찰을 2012년까지 매년 충원해야 하지만 올해는 모집을 위한 검토작업조차 진행돼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 전의경제도에 대한 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대체인력의 신규충원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운영으로 집회, 파업 등 현안에 대처하기보다 오히려 촛불문화제를 빌미로 치안분야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촛불문화제 등 대규모 집회도 정보.보안 등 기존 경찰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대처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이를 빌미로 전의경 폐지계획을 유보하고 오히려 치안정감을 본부장으로 하는 기동본부를 만들려고 계획하는 등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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