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코’는 복잡다단한 국내 의료민영화 논란을 일거에 잠재우며 많은 시민들이 ‘반대’의 입장을 취하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식코에 이어 또 한번 파란이 예상되는 영화가 소개된다. 이번엔 현재 우리사회 핵심 이슈인 ‘미 쇠고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이다.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의 한 장면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 하지?”

2001년에 출판된 저널리스트 에릭 쉴로서의 저서와 그것을 바탕으로 제작돼 2006년에 공개된 동명의 미국의 영화이다. 감독은 ‘비포 선 라이즈’, ‘비포 선 셋’의 리차드 링클레이터. 우리나라에서 '패스트푸드의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의 원작이기도 하다.

대형 패스트푸드 전문회사 미키스의 영업부 이사 돈 핸더슨은 매년 급상승중인 대표 브랜드 ‘빅원’의 매출 급상승 덕분에 회사에서 입지가 높아지고 있다. 있다. 어느 날 빅원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소의 분뇨)이 들어있다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돈은 콜로라도로 날아간다.
그는 그곳에서 미키스 아르바이트생 엠버, 불법 밀입국자 실비아와 라울, 소고기 딜러 해리를 차례로 만나면서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경악한다. 돈은 사실을 밝히려고 한다. 하지만 제조공장 관계자들은 그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미국의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와 대형 육가공 업체가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불법이민노동자들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돈과 함께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 실비아의 생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고기에 들어갈수도 있는 것

영화에 나오는 쇠고기 딜러는 햄버거를 먹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에는 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익혀 먹으면 문제없다”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의 뉘앙스가 아닌가?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그동안 수없이 강조해온 ‘국제기준’과 ‘과학적 근거’, 또 ‘아니면 말고’식의 답변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장면이다.

미국 내에서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였지만 한국적 상황에 ‘맞춤’으로 등장한 것 같은 내용이 상영 시간 내내 선보인다. 특히 피비린내 나는 소 도축장의 실제 장면들을 그대로 옮겨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안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실제 촬영 역시 충격적이고 민감해 미국내에서는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마찰을 우려해 결국 멕시코의 도축공장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올 여름을 달굴 문제작으로 예약을 마친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국내 영화인들의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을 벌써 이끌어 냈다. 지난 3일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이 영화의 시사회를 마치고 나온 권칠인, 나홍진, 민규동, 정윤철, 나홍진, 황병국 등 국내 영화감독 10여명과 박해일, 황보라 등 배우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가졌다.

영화 주인공들도 괴담유포자?

어디 그 뿐이겠는가. 벌써부터 온라인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체관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패스트푸드 네이션’이 상영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 에단 호크, 에이브릴 라빈, 폴 다노 등 익히 알려진 유명배우들이 출연한다. 네티즌들은 “이들 역시 ‘괴담 유포자’로 한국 경찰이 검거에 나설지 주목된다”는 식의 뼈있는 농담을 주고 받고 있다. 영화는 무엇보다 강력한 선전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벌써부터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류승태 기자

류승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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