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살림'을 위한 속 깊은 잡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용만큼 고소한 냄새가 나는 잡지가 나왔다.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의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생협 한살림에서 분사한 도서출판 한살림이 생활문화교양지 계간 <살림이야기>를 지난 1일 발간했다.

한살림은 “<살림이야기>는 좀 더 나은 살림살이를 바라는 깐깐한 이들이 볼만한 흥미로운 잡지이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잡지”라고 자랑한다. 무엇보다 '살림'이란 것이 특정분야, 특정인, 이를테면 집안, 여성, 주부 등 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우는 지혜로운 잡지를 표방한다.

창간 기획 주제는 ‘밥’

“살림이라는 단어를 제호로 쓴 것은 살림의 참된 의미를 되살려 알려내기 위한 것입니다. 살림이라는 단어는 한 집안 살림에서 나아가 나라 살림에 이르기까지 뜻이 넓고 깊죠. 여기에는 '살림하다, 살리다'처럼 살아 움직이는, 실천하는 생명운동이자 생활운동의 지향과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편집진의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땅이 만나고, 사람과 생명이 만나 살림의 지혜가 샘솟는 이야기 마당을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인다.

1호의 특집 주제는 ‘밥’이다. 유창주 편집장은 “인스턴트 말과 밥이 판치는 세상이다. GMO, 광우병 쇠고기 수입, 지구온난화, 고유가, 식량위기 등 밥상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밥이 하늘이고 생명'이라는 진의가 뼈 속 깊이 파고든다. 하루 세끼 먹으면서 하늘과 땅에 감사하고 농부에게 감사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가치들이 사라지고 사라질 것”이라며 “이제 밥상에서 세계를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밥상을 제대로 보면 건강이 보이고, 땅과 하늘이 보이고, 교육이 보이고, 생명이 보이고, 이웃이 보인다”고 강조한다.

생활문화교양지 <살림이야기>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진중하지만, 내용은 소박하고 섬세하며 유쾌하다. 속지를 들여다보자.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정숙 씨와 서울 대방동에 사는 김은정 씨 가족의 한 끼 밥상을 비교 분석해 주식과 반찬, 간식, 식습관, 일주일 식비 등을 소상히 밝힌 기획기사가 보인다.

베테랑 농사꾼 정광영 씨의 일상을 통해 벼농사에 쏟는 그의 열정과 여든다섯의 나이의 농부로 동창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까닭을 들어본 인터뷰도 있다.

생명이고 희망이었으나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파란만장한 우리 쌀밥의 일생, 우리나라에만 있는 "밥 먹었어"란 인사의 속뜻, 평범한 주부 권옥자 씨가 직접 만난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과의 인터뷰도 실렸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잡지

프랑스 중부지방에 자리한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부엌 곳곳에 숨어 있는 지혜의 말들, 이탈리아 초등학생들의 미각교육, 세계 곳곳에서 식품 안전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구구조대, 통쾌한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면 안된다>를 펴낸 일본의 시사주간지 ‘프라이데이’ 등 건강히 먹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 그리고 나라 안팎의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튼실한 내용이 담긴 1호 이전에 사실 준비호인 ‘00호’가 나왔었다. 지난 2월의 일이다. 그 때는 '사고 먹어 사고치는' 소비문화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앗, 사버렸다', '냉장고 속 세상', '살림하는 남자 이야기' 등의 기사가 실렸다. 소리 소문없이 좀 더 대안적인 살림살이를 바라는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중학교 교사 곽노미 씨는 “읽는 즐거움이 남달랐다”며 “즐거움을 나누려 동료 교사들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왔단다.

<살림이야기>는 담고 있는 내용들의 실천을 위해 종이 낭비를 최소화하는 판형을 채택하고 있으다. 또 표지에 비닐 코팅을 하지 않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는 콩기름 인쇄를 했기 때문이다. 4×6배판 164면 정가 5천원 홈페이지 www.salimstory.net
류승태 기자

류승태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