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절반은 재벌정책 때문

이재영_독설의 역설 [49] 이재영l승인2008.07.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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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것은 우리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경제난의 원인을 석유, 곡물 등 국제 물가에 떠넘기고, 자신은 면피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밀가루, 설탕, 세제, 석유제품 등 생필품의 국내 가격이 구매력지수 기준으로는 G7 나라들보다 두 배나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물가가 높아졌으면 여러 나라 물가가 같이 올라야 하는데, 유독 국내 물가만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행이 6월 13일 발표한 ‘5월중 수출입물가동향’에 의하면 수입물가 총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4.6%나 뛰었다. 그런데 그 44.6% 중 실제 국제 가격이 오른 건 27.6%이고, 나머지 17%는 환율상승에 따른 것이라 한다. 국민들은 앉은 자리에서 17%만큼 바가지를 쓴 셈이다.

지난 6개월 동안의 달러, 유로, 엔 환율 변화 궤적은 두 가지 뚜렷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 별 변화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던 환율이 2월 말경부터 갑작스레 요동치며 급등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직후이고, 이후 강 장관은 “원화 환율이 떨어져야 우리 물건이 해외에서 싸고 잘 팔릴 것”이라는 류의 발언을 시도 때도 없이 내뱉는다.

둘째, 달러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 약세 속에서도 유독 원화에 대해서만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월 7일,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기 전까지 정부가 대 달러 원화 절하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수출물가지수는 국제 가격 인상 27.6%보다 3.6% 싼 24.0%를 기록했다. 결국 국민의 +17% 고통과 수출가 -3.6%를 바꾼 셈이다.

지금 우리 국민이 겪고 있는 고물가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가 발효되리라는 나름의 계산과 기대 아래 박정희 시절 같은 대미 덤핑 공세 채비를 갖추려 했던 탓이다.

인플레 고통의 또 한 가지 원인은 재벌들의 고가격-폭리 때문이다. G7보다 두 배나 비싼 생필품들은 모두 재벌 회사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다. 밀가루는 CJ 등 3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75%를, 설탕은 CJ 등 3개 기업이 100%를, 세제는 LG 등 4개 기업이 90%를, 휘발유는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이 98%를 장악하고 있다.

이 재벌 회사들이 가격담합 등을 통해 소비자를 갈취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백용호 교수를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라 소개하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신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 열린 업무계획 보고에서 “기업의 법위반 조사를 줄이고 조사가 어렵도록 공정위 내부를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멍석 깔아준 상황에서 횡재를 노리지 않고, 양심적으로 장사할 재벌은 없다.

서민 물가가 폭등하자 이명박 정부는 50개 서민생필품 가격을 잡겠다는 둥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수급을 조절해 물가를 잡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과 대처법이 너무 엉터리다. 왜냐하면, 현재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재벌사들의 생필품은 혼식 권장 같은 수요 통제나 정부미를 푸는 공급 확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 독점가격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재벌의 지배구조를 더 확대, 강화해주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로 수급 조절을 하고 싶다면 SK를 재국유화하면 된다.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 지원-재벌방임 정책 덕분에 금년 5월 수출은 작년 5월보다 27.2%나 늘었고, 대부분이 수출대기업인 상장사의 1/4분기 매출액은 작년보다 18.2%나 늘었다. 삼성전자의 이익은 82.1%, 현대자동차의 이익은 81.6%나 불었다.

한편 대기업의 경기실사지수는 +2P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4P였다. 비경제활동인구와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국민소득(GNI)은 IMF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초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국제 물가 때문에 국내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거짓이다. 더 냉정하게 짚자면,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다. 삼성전자 임원은 평균 연봉 133억원을 벌고, 하위 20%는 월 87만원씩 벌며 빚더미에 올라앉는 게 현재의 경제 상황이다.

결국 현재의 ‘경제난’이란 건 이건희, 이재용, 정몽구 돈 벌어주자고 날품팔이 운수노동자, 라면 먹는 노인네들 때려잡은 것이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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