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쯤 나는 한 카페에 가입했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http://cafe.daum.net/stopcjd)이다.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네티즌들이 만든 이 카페는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5만명을 넘어섰고 하루에도 새 글이 500개가 넘게 올라오는 초대형 카페이다. 카페의 설립 목적은 조선·중앙·동아 폐간!
수구언론과 광고주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의 결과로 조중동의 광고수주가 50%로 떨어졌다는 즐거운 소식과 함께 우리 카페의 수난도 계속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조중동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들의 명단을 올리는 것이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위반이라며 카페의 글들에 대해 삭제명령을 내렸고 검찰에서는 광고주 압박 운동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하더니 급기야 20여명의 누리꾼들에게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런 전방위적 탄압은 오히려 조중동 폐간운동을 홍보하는 데 일조하고 있으니 참으로 재밌는 일이다.
숙제와 실천
이 카페에 가입하면 누구나 해야하는 ‘숙제’가 있다. 조중동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항의전화를 하는 이 ‘숙제’ 때문에 카페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으나, ‘숙제’는 조중동에 광고를 끊은 기업에 대한 칭찬으로 바뀌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또한 카페회원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조중동 박멸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다.
나도 착실한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당찬 시민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언제나 ‘다짐’은 ‘실천’을 따라가지 못했다. 혼자서 홍보물을 만들어서 상가를 돌며 조중동 절독을 권유하는 대찬 회원이 있는 반면 나는 “신문 좀 바꿔보세요” 같은 가벼운 멘트도 날리기 힘든 소심녀.
‘조중동을 끊으라’고 말하는 멋진 나를 상상만 하면서 세월을 흘려 보내던 중, 다른 사람들의 활동 미담에 자극을 받은 나는 어느날 갑자기 말문이 트였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에서 중앙일보를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 “원장님, 요새 조중동 불매운동하는데요, 웬만하면 신문 좀 바꾸세요” “어, 우린 1년 계약이라서 못 바꾸는데….” “경품 주면서 1년 억지로 보게하는 거 불법이에요” “…”
비록 몇 마디 못하고 대화는 끝났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잘했어, 잘했어’라며 나의 말트임을 무척 대견해했다. 그 뒤로 나는 어느 상가에 들어가던지 신문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소심함’의 완전 극복은 너무 힘들어서 주인 눈치를 살피고 말을 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지만 나는 수구언론 박멸과 이 나라의 언론 민주화를 위해서 나름대로의 ‘실천’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전투준비 완료, ‘그 날’ 꿈꾸며
수구언론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는가. 독재권력에 빌붙어서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고 나라 전체를 비뚤어진 이데올로기로 몰아가고 민주화를 가로막은 것이 지난 시절 언론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신이 권력화 되어서 감히 그 권력에 도전하는 자는 대통령일지라도 넉다운 시키는 것이 지금의 언론이다.
그들은 공짜 자전거에 ‘노동탄압’을, 공짜 밥솥에 ‘멸공’을 묻혀서 준다. 우리는 공짜상품권에 혹해서 그들이 배달하는 낡은 관념을 받아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강제로 보게하는 어린이 조중동에서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습득하고 미래의 독자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화된 그들은 언제나 승리해왔다. 그들은 법이고 권력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거대한 철옹성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마다 주말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청에 나가지 않아도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를 꿈꾸며 오늘도 힘겹지만 즐거운 전투를 하고 있다. 그들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때론 구석에 숨어서 때론 넓은 광장에 나와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칭찬하고 욕도 하면서 묵묵히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마침내 올 승리의 ‘그 날’을 꿈꾸며….
그리고 나는 오늘도 여전히 주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아니, 아직도 조중동 보는 집이 다 있네? 사장님 너무 유행에 뒤처지신다~”라고 넉살 좋게 말하는 나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나는 혼자 즐겁다.
송기애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카페 회원
송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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