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사회 방치, 기성세대 각성해야"

청년단체, 격차 해소 위해 사회적 연대 제안 변승현 기자l승인2020.08.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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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공정한 채용 시험을 통한 채용절차라며, 다시 한 번 '공정' 이슈가 최근 한 달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 31일 "신분제를 그리는 펜은 부러져야 한다"고 주장, 청년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광화문에서 하고 있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노조는 공개 경쟁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1일에 집회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공고히 하자는 말이며, 시험을 통한 신분제를 하자는 말과 다름이 없다.

청년참여연대,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마포청년들ㅁㅁㅁ 등 58개 청년단체(31일 오후 12시 기준)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분사회를 방치해 온 기성세대의 각성을 촉구했다. 아울러 취업준비생과 청년 비정규직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함께 살기 위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연대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안 하루만에 58개 청년단체와 270명이 넘는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뜻을 모아주었다.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은 "공정한 채용절차를 들으면 숨이 막혀온다며, 부모의 소득, 자산, 교육 정도, 심지어는 인맥에 따라서 내가 가진 기회의 층위도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경쟁이 아니며, 더 이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둘러싼 논란에 ‘청년이 원하는 공정한 사회’ 따위의 이름을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윤정성 운영위원은 "지역에서는 현안이 아니거나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들려 청년들이 관심이 없다는 반응들이 있다"며 "마치 모든 청년이 그런 것처럼 호명하며 편을 가르고 싸움을 붙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말 청년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불평등과 격차가 만연한 사회, 연대의 가치를 말해야 한다며, 그것이 아니라면 청년팔이를 멈추라"고 강조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은 노동시장과 부동산이라는 한국사회 신분제의 양대축을 비판했다. 그는 “하루하루 존버해도, 혼자 힘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아등바등 애써봐도, 그래도 겨우겨우 하루, 한달, 일년을 살아내기 빠듯한 사회이고, 자고나면 몇천 몇억씩 올라가는 집값 앞에 내가 일해서 버는 돈은 너무 작고 귀여운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분노와 절망의 화살이 향해야하는 곳은 불평등의 구조 자체"라고 주장했다.

청년유니온 이채은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며, 기성세대가 만들어내고 방치하고 있는 무한경쟁의 전쟁터에 언제까지 청년들이 내몰려야 하는지를 물으며, 사회 불평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무한경쟁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 31일 청년들이 "격차해소를 위한 사회적연대"로 신분제를 그리는 펜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신분제를 그리는 펜은 부러뜨려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정규직 노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취업준비생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조합의 아름다운 사회연대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이들은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정규직 전환이 오직 공개경쟁을 통한 채용절차로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자리 나누기나 신규채용 확대에 대해는 일언반구 없으면서 마치 취업준비생을 위해서 이러는 것인 양, #부러진펜운동 #로또취업반대 라며 실제로 부러진 펜을 회사 로비에 모으는 기괴한 풍경까지 만들며 장외 집회까지 예정하고 있다.

자신들의 처우와 직접적으로 무관함에도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규직화 방법에 대한 이견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비정규직을 온전히 회사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이자 몸부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공개경쟁을 통한 채용절차는 자신들이 뚫었던 극심한 경쟁을 거치지 않으면,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을 단순한 고용안정성의 차이가 아니라, 시험에 의한 신분제를 실시하라는 주장과 다름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가 진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을 위한다면, 좁디좁아진 취업문으로 힘들어진 청년들을 위한다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수에게만 기회가 보장되는 일자리의 한계를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달디단 사회적 지위의 신기루를 미끼로 "공정"이라는 이름의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다. 공정을 논할 것이라면 부모세대의 학력과 자산격차가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출발선이 다른 것 자체부터 공정을 논하라. 불평등한 사회, 연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에서 채용절차의 공정함만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다.

첫 직장이 평생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결정하고, 중심부 노동시장에 진입한 10%만이 고용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명망까지 모든 면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것이 현실이다. 누구를 위한 공정한 기회인가. 무한 경쟁, 승자독식 취업경쟁시장으로 우리사회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정규직 노조를, 노동운동 전반이 계속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이러한 싸움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완전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목매달아 온 노동운동 일각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심부 노동시장에 있는 노동자의 적극적인 양보와 사회연대 없이는 격차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청년들은 모두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지금의 사태는 노동이 계층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신분세습의 수단이 되어가는 것을 방기한 결과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청년들의 냉소와 분노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 부러뜨려야하는 것은 펜이 아니라 격차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취업준비생의 고통을 말하려면,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연대를 말해야 한다. 이미 ‘꿈의 직장’에 들어간 이들이 부리는 텃세가 아니라, 파격적인 격차 해소를 이야기해야 한다.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겪어야만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체제 유지에 적극적으로 복무하는 것이다. 더 이상 사다리를 오르는 경쟁의 룰이라는 껍데기로 논쟁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정한 사다리가 아니라 사다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이다. 이를 위한 각 사회 주체들의 뼈를 깎는 노력을 촉구한다.

오늘 우리는 더 이상 공정으로 청년팔이를 하는 사회를 방치할 수 없음을 밝힌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격차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청년을 포함한 우리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자신만의 이익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의 사태를 종식시키고, 더 나은 한국사회를 위해 이 자리에서 요구한다.

하나.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노조와 그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본인들에게 사회적 책무가 있음을 자각하고, 청년들을 앞에서 갈등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

하나. 시민사회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지금 한국사회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더 이상 과거의 이념들로 사회 갈등의 해소가 불가능함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한국사회의 근본부터 재설계하기 위한 고민과 행동에 함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

하나. 청년세대는 서로를 향하고 있는 칼끝을 거두고, 이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조금은 더딜지라도 누구 한명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

2020년 7월 31일

270명의 청년들과 58개 청년단체 일동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마포청년들ㅁㅁㅁ, 1인 생활밀착연구소 여음, 청소년유니온, 스튜디오 하프-보틀, 혁신의숲, (가)청년신협추진위원회, 나눔자리문화공동체, 빚쟁이유니온,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성북청년시민회,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청년오픈플랫폼 와이,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전국퀴어모여라, 청년광장, 마포녹색당,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일산도시재생학교, 시흥청년아티스트, 고양청년정책네트워크,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사)들불열사기념사업회, 빌려쓰는사람들,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정의당 경희대학교 학생모임/학생위원회, 심오한연구소,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사단법인 부산청년들, 아모틱협동조합, 대전대학생네트워크, 안성청년문화네트워크, 새로운기준lab, 사단법인 춘천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가치팩토리, 충남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어쩌다 경남청년, 청년정책네트워크, 군포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노동도시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정의당 고양시 청년위원회, 청년기후긴급행동, 사)안산여성노동자회, 안산청년네트워크, 안산청년행동 더함, 래고, 서울청년유니온, 경기청년유니온, 대구청년유니온, 광주청년유니온, 경남청년유니온, 대전청년유니온, 인천청년유니온, 부산청년유니온 (총 58개 청년단체, 31일(금) 오후 1시 기준)

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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