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 말살과 언론자유를 유린한 폭거를 자행했다. KBS 이사회가 지난 8일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을 결정한 것이다. KBS 이사회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감사원의 해임 요구에 따른 정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 11명의 이사 중 해외출장 중인 이춘발 이사를 제외한 10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개회된 임시이사회는 표결을 거쳐 이사 6명의 찬성으로 감사원의 해임요구에 따른 해임제청안과 이사회 해임 사유에 따른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 감사원이 지난 5일 직권을 남용해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요구안을 가결한 것을 빌미로 KBS 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 권고안을 전격 처리한 것은 우리 언론사에 있어서 수치요,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운명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방송독립과 민주주의가 풍전등화다.시민사회와 학계, 그리고 법조계와 정치권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감사원 결정 자체가 위법적인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영방송 점령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실경영과 인사권 남용이란 특감 결과도 허구와 왜곡 투성인데도 이를 사유로 공영방송 사장 해임을 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욱 치를 떨게하는 것은 KBS이사회가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키는데 앞장섰다는데 있다. KBS이사회는 누가 뭐라해도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하는 주요한 임무가 있다. 이러한 이사회가 감사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KBS 사장 해임안을 결의한 것은 언론자유를 수호하는 국민들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이제 국민들은 공영방송 KBS가 아닌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된 ‘나팔수’ 방송을 접하게 될 것이다. KBS이사회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회귀시키는 방송 역사상 치욕적인 일을 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명박 정부의 KBS사장 해임은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얻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유지라는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완전 부정하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며 투쟁해온 결과물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통합방송법에 KBS의 사장 임명절차를 이사회에서 제청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대통령이 임면이 아닌 임명으로 했는지, 그리고 임기 보장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국민들 투쟁의 열매인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다분히 정권의 이익을 위해 무너뜨리려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한다. KBS사장 해임은 정연주 사장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두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와 직결된다. 사유화는 투쟁을 낳는다.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보장, 그리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유지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의 유지 관점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언론을 위해 정연주 사장에 대한 무리한 해임 결정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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