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기술보다 정치에 의해 결정”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 구가’는 거짓

유일한 대안처럼 여겨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말고도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대안들을과거에서 찾아 우리에게 신선한 해법을 주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사진)가모처럼 한국을 찾았다. 최근에 쓴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책 출간에 맞추어 잠시 귀국한 장 교수는 바쁜 일정 중에도 9일 열린 성공회대 주관 사회과학 아카데미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다음은 장 교수의 발언 내용이다. /편집자

세계화의 과정에는 마찰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화론자들도 이러한 마찰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불가피하다고 세계화론자들은 주장한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0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상공회의소 회장 맥코맥은 “세계화를 비판하는 사람은 현대판 러다이트”라고 말했다. 기술 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섬유기계를 파괴하는 폭동을 일으켰던 19세기 영국의 수공업자에 빗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적이라고 말한 것이다.

세계화가 매우 좋은 것이고 약간의 마찰이 있어도 그 마찰은 불가피 한 것이기에 저항하는 것이 바보라고 세계화론자들은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정의를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첫 번째 단순히 국경을 넘나드는 경제활동의 중요성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무역의 비중과 자국 노동인구에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늘어나고, 국가 총인구에 외국인 비중이 늘어남과 같은 것을 말한다. 피상적 세계화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화는 100년전 이미 정점

19세기 산업혁명부터 이런 식의 세계화는 이미 진전되어왔다. 하지만 피상적 세계화는 부침이 있었다. 19세기 말부터 1차 대전까지 세계화는 급격히 진전했고, 대공황부터 2차 대전부터 후퇴했다. 2차대전 이후 다시 진전했다. 이 부침은 대단히 중요한 현상이다.

세계화론자들이 주로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두 번째 정의는 국제 경제활동이 증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경제적인 규칙이 퍼지는 것을 뜻한다. 세계적인 제도들이 통일된 후 서로 교류가 쉬워지면 경제활동이 더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경제활동 증가뿐만 아니라 경제제도 통일까지 말하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어떤 정의든 간에 지난 60여년간 세계화가 크게 진전함은 부정하지 못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누적액)을 세계 총생산액으로 나누면 그 비중은 60년대 4.4%, 80년 6.1%, 2000년 20%다. 90년대 말 세계적 거대 기업 인수합병의 결과가 주요인이기도 하다.

세계화의 진전이 빠른 곳은 바로 금융이다. 외국과의 거래가 급증하면서 외국환 거래가 늘어났다. 외국환의 하루 거래액은 150억 달러 정도다.90년대 8천200억 달러, 2004년 1조 9천억 달러 정도를 보인다. 외국환 거래액과 세계 무역액을 비교하면 98년 100:1, 2004년 120:1이다. 외환거래 3일만 하면 세계의 모든 국제무역에 필요한 외환을 충족시킬 수 있다. 꼬리가 개를 흔든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다.

세계화론자들은 지금이 지구가 가장 큰 부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의 말과 달리 이것이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 경제지표를 보면 세계경제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이뤘었다. 다시 말해 100년 전에 지금과 같은 수준에 달했다가 추락한 후 다시 올라온 것에 불과하다. 국제 자본이동면을 보면 19세기말, 20세기 초는 금본위제로 투기성 자본이 없었다. 국제 경제활동 비중의 증가라는 기준으로 볼 때, 이미 100여년 전에 지금과 유사한 세계화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세계화론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얘기하더라도 제국주의와 식민지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100년 전 세계화가 지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보다 더 진전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과 과거 중 가운데를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100년 전의 세계화라는 것은 어떤 기술로 이룬 것이냐면, 증기선과 유선전신으로 이뤄진 것이다. 1950~1980년을 보면 인터넷 빼고 지금 있는 교통기술이나 통신기술이 모두 있었다. 이런 측면에 국한에서 볼 때 100년 전과 비교해 세계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세계화는 기술발전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화는 기술보다 정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즉, 힘의 논리가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기술발전은 100년 전 이뤄진 것이다. 기술발전에 의해서 일어나는 세계화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니, 세계화가 대세라는 세계화론자의 얘기는 말이 안된다.

한국의 역할이 기대된다

세계화 진행으로 인해 인류가 역사상 최고의 부를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화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실업이나 빈곤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비용 즉, 적하비용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부를 증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분배보다는 성장위주로 파이를 키우자는 말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분배하기 전에 충분한 부를 창출해야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부마저도 창출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자유주의를 강력히 채택한 남미는 60~70년대 성장률 3%에서 신자유주의 채택 이후 1%로 줄어들었다. 신자유주의는 결국 말로만 성장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성장에 관심 없다, 부자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주는데 관심이 있다. 따라서 세계화론자들의 그런 여러 가지 정치적 수사에 속으면 안된다.

세계경제제도에 대해 말하자면, 세계화가 진전되고 경제가 통합되면서 국제간의 제도의 통일과 국제간의 분쟁이나 부담에 대한 공평한 분담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가 진화를 해왔다.

원래 좁은 임무를 가진 IMF와 세계은행은 70년대 이후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선진국들이 계속해서 쓰는 이유는 이 기구들의 의사결정제도자체가 선진국에 유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WTO의 경우 1950년대에 출범한 이후 국제무역제도가 변화했다. 관세가 인하되고 쿼터가 없어지는 일들이 있었다. 선진국이 후진국시장 진출 및 장악의 도구로 WTO가 쓰이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은 항상 있었다. 또한 WTO가 다국적 기업의 기구로 쓰인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역할은 국제무대에서 박쥐같은 역할을 많이 한다. 자신들이 불리한 부분에는 후진국 행세를 하고, 유리한 부분에선 선진국행세는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선진국이 가지지 못한 후진국의 경험을 한국이 가지고 있고, 또한 후진국이 가지지 못한 선진국의 경험을 한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속에서 비대칭무역을 말하고 싶다. 선진국들은 후진국 특히 저개발국가와의 교역에서 많은 양보를 한다 해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 당장은 손해를 볼지 모르지만 도움을 받은 후진국들의 경제규모가 커진다면 결국 선진국 입장에서 득이 될 것은 분명하지 않겠나.

정리=김준환 금융전문기자 ·박병윤 기자

정리=김준환 금융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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