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림피아에는 많은 제우스 동상 받침대가 남아 있다. 이것은 부정을 저지른 자가 낸 벌금으로 제작된 것이었고, 동상마다 그 이유가 적혀 있다. 대표적인 부정은 뇌물을 먹이거나 국적을 속이는 것이다. 112회 올림픽(기원전 332년) 때 아테네의 5종 경기 선수가 상대에게 뇌물을 주었다가 발각돼 벌금을 냈다. 재미있는 것은 아테네인들이 적반하장으로 이 벌금을 취소하라며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한 일이다.
아마추어 정신을 철저히 지킨 것도 아니었다. 선수들은 월계관을 쓰는 영예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여기에서 그치면 아마추어 정신이라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돈이 걸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각 폴리스는 우승을 독려하기 위해 우승자에게 막대한 특전을 부여했다. 동상을 세워주기도 하고, 아테네에서는 상금과 함께 평생 공짜 식사를 제공했다. 아테네의 솔론 시대에는 올림픽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500드라크라를 주었다. 이 돈에 해당하는 땅을 가진 사람이 상류층이었다고 하니 경기에서 한번만 우승하면 당당히 상류층으로 편입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 포상금은 훗날 경쟁이 격화되자 3000드라크라까지 치솟았다.
선수들은 현재의 프로선수들처럼 다른 경기에도 출전해 막대한 돈을 벌었다. 당시에는 올림픽 말고도 경기대회가 많았다. 한 도시에 하나 이상의 경기대회가 있었으며 아테네나 스파르타 같은 곳에서는 수십 개의 경기대회를 개최했다.
올림픽 기간만큼은 ‘올림픽 휴전’이라고 해서 전쟁도 중지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이 많았다. 폐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그 예다. 올림픽 주최권 문제로 일어난 엘리스와 피사의 전쟁도 있다.
관계자만 4만 명 이상이 모이는 큰 행사였기 때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여든 사람들도 많았다. 정치가들은 자기 세력을 과시했고 선수를 매수하기도 했다. 웅변가나 시인, 평론가,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기 위해 모여 들었다. 결국 돈, 명예, 정치를 떠난 ‘순수’한 올림픽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소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올림픽의 초기 정신이다. 올림픽의 기원과 정신은 반전과 평화였다. 당시 도시국가들은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더구나 페스트까지 창궐해 참담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평화를 위해 올림픽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1천200년 동안 어떤 강대국이든 반전평화의 원칙을 지켜야 했다.
올림픽은 다원주의가 원칙이다. 그래서 올림픽이 중단된 것은 그리스가 로마에 합병되고 나서도 400년이 지난 395년이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정하고 올림픽을 금지시켰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고, 국가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상은 과거 올림픽의 재판이다. 원래의 올림픽을 생각해보면서, 현재를 다른 각도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당, 사하갑 이성권·이갑준 ‘부정선거 혐의’ 고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