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민모임 “광우병 안심지대를”

경기도내 19개 학교에 납품이 금지된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공급된 사실이 지난 7일 경기도경찰의 발표에 의해 적발된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가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한 파주시민모임’은 지난 12일 “설마 아이들이 먹는 급식에 저질, 싸구려 음식자재가 공급되겠나 했는데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며 “학교 급식 납품업체들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대책 마련과 광우병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급식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경기도 경찰은 15개 회사가 등급 확인서를 위조해 가짜 확인서를 제출하는 식으로 납품이 금지된 문제의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1년여간 조직적으로 공급해 왔다고 밝혔다.

파주시민모임은 “음식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보는 기업에 아이들의 밥상을 맡기는 정책이 존재하는 한 이번에 밝혀진 일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파주시가 관내 학교급식에서 이러한 관행화된 비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사해 공개하고 더 나아가 진정성을 가지고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체계를 정비해주기를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광우병 위험이 도사린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고 있고, 이들의 상당수는 학교급식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 급식에다가 이번 사례에서 보듯 그것을 엄밀하게 감시할 시스템조차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또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광우병의 위험과 비극에서 지켜주는 일을 이제 현재의 학교 급식 시스템에 맡겨둘 수 없음은 분명한 것으로 한우에 비해 절반 가격을 밑도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유혹을 개인의 양심에 맡겨두어도 괜찮다고 믿는 시민은 없다”며 “학교 밥상에 미국산 쇠고기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것은 그런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은 파주시 학교급식 조례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 2006년 파주 시민 7천여 명이 시 최초로 조례를 급식조례를 발의한 바 있다. 파주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에 다니는 4만여 어린이들에게 파주에서 생산되는 쌀이나 장단콩 등 신선한 원재료로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그 비용의 일부(점심 한끼 친환경쌀 사용 시, 1인당 추가 지원액 200원, 4만여 명의 1년 지원액 25억원)를 시의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파주시 친환경 학교급식지원 조례’였다.

파주시민모임은 그러나 “이 조례는 사실상 사산됐다”며 “유화선 시장과 14명의 시의원들은 외국산 농축산물이 버젓이 학교 급식에 사용될 길을 열어놓은 조례로 갈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 뒤 2년이 지나가지만 학교 밥상을 더 질 좋고 안전한 식품으로 차릴 수 있는 예산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며 “애초 조례의 취지를 깡그리 무시한 것으로 급기야 올 5월에는 급식지원심의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조항조차 보란 듯이 삭제하였다”고 비판했다.

파주시민모임은 “아이들의 건강이 광우병 쇠고기로 인해 점점 더 위험지대에 노출되고 있는 이 때 경각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어른의 배려를 보여줘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안전한 밥상을 차려주는 일보다 소중한 가치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종기 당진군수는 지난달 ‘학교 급식과 집단 급식소의 식재료로 광우병 위험 논란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서약서에 서명했다. 시민사회는 “지역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는 지자체장으로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의연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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