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전쟁의 폐허 속에서 196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후진국을 탈피해 선진 한국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한 때는 많은 국가들이 경이에 가득 찬 눈으로 직시하면서 이를 배우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급속한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점차 커졌다. 경제적 풍요로움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었지만, 경제적 발전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면들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면서 정체시키고 있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었지만, 민주화의 과실을 골고루 가지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문턱에서 방황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1997년 말 충격적으로 발생한 외환위기를 합심하여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렇지만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순조롭게 정권교체를 했음에도 정치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올 봄 미국산 쇠고기파동으로 발생한 촛불집회는 초기 그 평화로움을 유지하지 못하고 공권력과 충돌하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출범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원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더구나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원유가와 곡물 및 원자재가격의 폭등은 우리 경제를 압박하면서 서민의 생활을 옥죄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사회는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 속에서 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만큼 우리의 현 상황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혼란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원인은 보는 시각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은 경제적 발전에 상응하는 민주적 법치질서를 정립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가 조사한 바처럼 국가청렴도는 여전히 만족할만한 수준에 못 미치고 있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천민자본주의는 팽배해 있다.
국민은 경제적 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기 때문에 부동산투기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고, 학벌이 출세의 지름길이라 믿기에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경제적 성공이 인생의 성공으로 비춰지는 사회풍토 속에서 성실과 근면, 그리고 인내로 만들어지는 인생의 참모습은 가상세계의 잔상에 불과할 뿐이다. 과정의 노력보다는 결과만 중요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은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이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방해하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학문의 길에는 왕도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도 다른 방법이 없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가 제자리를 찾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국민 각 자가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기초 법질서를 준수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만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방법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자들의 책임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 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그들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개인과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행사할 때 희망이 있다. 그리고 국민도 자신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법질서를 준수해야 한다. 2008년, 이 시점에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 헌법학
김상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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