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단체 고사 위기인데, 손 놓은 정부와 지자체”

[진단] 명색이 세계 잼버리 앞둔 나라인데..학교에서도, 청소년센터에서도 외면받는 청소년단체 이영일 객원칼럼위원l승인2021.01.31 18:3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2023년 8월, 새만금에서 열리는 ‘2023 세계 잼버리대회’에 전 세계 168개국 스카우트 소속 청소년 5만여명이 참가한다. 이 행사는 비단 스카우트 단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청소년과 청소년단체들의 희망과 꿈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자 세계 우호 증진의 국제 평화의 장이다.

국가적으로 보면 800억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와 300억에 육박하는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지만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를 통해 청소년 육성의 국가적 체계를 정비하고 우리나라가 청소년단체 활동의 주요 모범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제25회 세계 잼버리 공식 포스터 ⓒ 제25회 세계 잼버리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역대 최고 규모로 예상되는 이 새만금 세계 잼버리를 유치한 대한민국의 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를 포함한 한국청소년연맹, 한국해양소년단 등 국내 청소년단체들은 정작 거의 고사 직전인 상태다. 왜일까.

학교에서 등 떠밀리고 지역사회에서 갈 곳 없는 청소년단체

서울의 경우, 2019년 기준 서울시 관내 432개교에 1만여명이 넘던 청소년단체 단원은 2020년말 기준 74개 학교에 2천 200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1년에는 지도교사에 대한 승진 가산점 부여 제외 예고로 학교내 「탈청소년 단체」현상이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9년 1월, 청소년단체 업무를 학교 업무분장에서 제외한 이후 나타나고 있다. 2019년도에 1,250명이었던 청소년단체 지도교사도 1년만에 159명으로 급감했다.

교사단체들이 ‘왜 학교 교사가 청소년단체 업무를 맡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된 학교 업무분장 제외는 ‘이제 청소년단체활동은 학교에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단체가 직접 전개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시작된다. 이같은 논리는 일말 타당성과 논리적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이 지역사회 청소년단체활동이 학교와 마을이 연계해 활동의 장이 확장되는 개념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인 학교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도교사도 지도교사지만 덩달아 학교내 공간도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청소년단체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어지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여파로 활동 자체가 멈춤 상태가 되면서 공간을 찾아도 활동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도는 청소년단체가, 공간은 학교도 활용하는 청소년단체 지원방안 도입해야

교사들이 ‘청소년단체 활동은 청소년단체가 직접 지도하라’는 주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잘못된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교사나 학교의 이기(利己)다.

학교가 지역사회의 일원이지 중세 성주처럼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면 학교가 그냥 학원이지 지역사회의 공동체 일원으로서 역할을 방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단체들도 교사들의 주장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학교 중심의 단체 체제에서 지역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무 자르듯 학교에서는 이제 그 어떤 활동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높다.

▲ 서울시교육청과 주요 청소년단체들은 2020년 11월 20일, 지역사회에서의 청소년단체활동 활성화를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맺고 청소년단체활동 활동공간 발굴을 위한 협력에 들어갔다 ⓒ 서울시교육청

청소년단체들은 그 대안으로 일종의 ‘청소년단체활동 거점학교’ 지정을 희망한다. 희망하는 교사가 존재할시 그 이웃 주변 학교를 아울러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모아 활동할 수 있는 모형이 그것.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교육청이 단위 학교를 거점학교로 지정하는 것은 학교의 반발을 불러 올 수도 있고 가산점이나 활동비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맡아 수행한다고 자원하는 교사가 몇이나 될지도 미지수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2018.12.18) 및 시행령(2019.12.10.) 공포와 서울시교육청 청소년단체 지원에 관한 조례 공포(2020.7.16.), 서울시교육청-청소년단체 다자간 업무협약(2020.11.20.)체결을 계기로 청소년단체의 어려움을 지원하려는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단체 활동이 공동체활동과 체험활동을 통한 인성교육,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과 맥을 같이 한다고 판단하는 것. 그렇다면 자치단체들은 어떨까?

지역 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단체 활동을 못하는 기이한 상황 개선해야

청소년단체들은 지금 지역사회에서 활동 공간을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상태다. 가장 최적의 공간으로는 시립 또는 구립 청소년센터(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가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청소년센터에서는 청소년단체 활동을 할 수 없다.

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단체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청소년센터의 설립 목적과 다르다는게 자치단체들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스카우트가 한 청소년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경우, 그 센터에서 스카우트 청소년단원들이 활동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특정 청소년단체의 고유 업무를 하는 것이라 불가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자치단체가 청소년단체의 활동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하라는 청소년기본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불합리한 규제다. 왜냐하면 자치단체가 설립한 청소년센터의 운영 '우선권'은 명백히 자치단체에 있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청소년센터를 직영 운영할 경우, 분명하게 청소년단체들이 청소년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단체에 위탁 운영을 했기 때문에 그 청소년단체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청소년단체 단원들의 활동도 하지 못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자치단체가 청소년단체의 위탁 운영행정 업무와 청소년단원들의 봉사활동을 동일시하여 되려 위탁 청소년단체의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게 제약하는 기계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만약 스카우트가 위탁운영하는 청소년센터에서 오직 스카우트 활동만 지원하고 다른 여타 청소년단체 활동을 못하게 한다면 그건 명백한 차별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양한 청소년단체의 청소년 단원들이 자유롭게 청소년센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자치단체의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단체 청소년 단원들은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주민센터에서도 청소년센터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활동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청소년단체 육성 지원방안 마련 시급

세계스카우트연맹(WOSM)과 세계 걸스카우트협회(WAGGGS)는 최근 2021년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됐다. 한세기가 넘는동안 청소년들에게 공동체와 봉사에 대한 믿음을 주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리더십을 통한 지구촌 화합에 기여했다는 것이 노벨평화상 지명의 이유다. 외국에서는 이처럼 청소년단체활동의 비중과 역할이 점점 커져가는 추세다.

▲ 2023년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단체의 현실은 고사 위기 상태다. 새만금 잼버리가 외국 청소년들만의 축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 제25회 세계잼버리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 여성가족부도 지난 12월 28일,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 제1차 집행위원회를 열고 새만금 잼버리 총사업비 846억을 확정,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까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국내 청소년단체의 현실은 가히 심각한 지경이다. 새만금 잼버리가 외국 청소년들만의 축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과장이 아니다.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국내 요소요소에 위치하고 있는 청소년센터들이 청소년단체 단원들이 활동하며 지역사회를 배우고 나아가 국제사회의 건강한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 기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환을 시급히 꾀해야 한다.

교육부나 교육청도 ‘학교 및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평생교육기관은 청소년단체의 청소년활동에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청소년기본법의 정신에 따라 청소년단체의 활동이 학교 공간 또는 평생학습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공간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단체는 특정 개인 업체가 아니다. 교육기관과 같이 청소년 육성을 위한 공익 단체이자 중요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해석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그 어떤 곳에서도 이러한 청소년단체 활동이 구조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면, 대한민국 청소년정책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심각한 위기임을 정부와 자치단체, 교육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 이영일 객원칼럼위원

이영일 객원칼럼위원  ngo201@hanmail.net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영일 객원칼럼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