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부동산 대책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던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등 대출관련 규제와 소형의무건축 비율 규제 등 재개발 개발이익환수 내용은 빠진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장 급격하게 투기가 확산될 공산은 크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건설 경기 부양 위주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규제완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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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윤 기자 |
| 참여연대, 민변, YMCA 등 42개 단체는 지난 21일 오전 11시 청와대 인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단장은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이 볼 때는 정책 100 중에 40 정도만 들어준 것일 뿐”이라며 “그들은 이번 대책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도 “종합부동산세나 DTI 그리고 재건축규제의 핵심인 소형의무비률, 임대주택비율 등은 완화하지 않았다”며 “규제의 핵심은 풀지 않았지만 전면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흐름이 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건설경기 부양정책에 대해 시민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지난 21일 참여연대, YMCA 전국연맹, 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은 집 값 안정기조에 찬물을 끼얹고,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망국적인 정책”이라며 부동산규제완화보다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복지에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집 값 안정의 미봉책으로 불쑥 등장하는 신도시개발이 되선 안된다”며 “국토계획과 도시개발은 다음세대를 위한 관점에서 실시 관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대책에 포함된 택지비 산정에서 감정가의 120% 내 실거래가를 반영하고,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가산비를 인정한 내용은 현행 분양가상한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조치로 건설사의 입장만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이번 부동산대책은 청와대의 요구로 국토해양부가 지난 7월부터 본격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시건설·건축규제완화 등 8·21대책 ‘주시’
‘내 집 마련’ 서민 열망 ‘기득권 우선’에 밀리나
새 정부 들어 지난 6월 지역 미분양대책이 나왔지만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대책은 이번 8·21대책이 처음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부동산 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부동산 대책이 왜 나왔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의 요구 뿐 아니라 강남권 등 일부지역의 아파트가 하락에 따른 지지기반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부는 건설경기가 하락세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여건을 고려해 부동산 대책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영석 기획재정부 부동산정책팀장은 “대책을 수립을 해가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죽었다는 업계의 요구와 국토부의 의견이 제기됐고 건설업계의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업계의 요구를 일정 정도 반영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건설업계의 줄기찬 규제완화 요구에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정부가 이 시점에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부동산대책 발표 3~4일 전부터 구체적인 내용이 언론에서 먼저 보도된 것에 대해 “청와대에서 언론에 미리 한 얘기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책 발표 이전 관련 내용들을 흘리면서 대책의 세부내용의 수위를 조정했던 것이다. 결국 부동산 경기에대한 집착을 보이는 청와대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 발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국토부의 태도도 이러한 점을 반증한다. 국토해양부는 지역미분양 대책의 일환으로 고분양가로 적체된 미분양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하는 것이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추가대책 발표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7월 국토부가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보도해명 자료를 내서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과 관련 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없고, 주택업계와의 간담회도 대내외 경제상황과 관련해 가진 통상적인 간담회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토부도 그동안 통상적인 수준의 부동산 관련 협의가 진행돼 왔지만 부동산대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7월 이후라고 말한다. 이는 촛불정국이 7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동력과 관심을 잃어가게 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촛불이 잦아들면서 정부가 공기업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KBS 등 정연주 사장 해임 등을 강행했 듯 민감한 부동산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다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현 정권을 대변하는 공정택 후보가 17개 구에서는 뒤졌지만 강남 3구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자 지지층 결집의 위력을 확인했고, 그들의 핵심요구가 바로 부동산 부양이었다는 점도 청와대의 결단에 영향을 비쳤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의 존재로 확고한 지지기반을 다지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역풍이 불면 지켜줄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며 “결국춧불과 교육감선거 등으로 충성도 높은 지지층 결집의 중요성이 확인되면서 부동산 안정을 일정 정도 해치더라도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재계와 보수언론에서 부동산 규제완화와 부양을 설파한 것도 경기부양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나오게 한 요인이 됐다. 전경련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유기업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16개 국가 가운데 한국이 토지재산권 규제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지와 보수신문들은 이 내용을 사설과 주요기사로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자유기업원의 조사는 국내 기준에 맞춰 항목을 구성하고 정량평가만을 해 현실과 괴리된 내용이었다는 평가다. 전국토가 국유지로 국민은 건물에 대한 권리만을 행사하는 싱가포르조차 우리나라보다 토지재산권 규제가 약한 나라로 분류됐고, 공공주택이 일반화되어 있는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 역시 우리나라보다 재산권 행사가 쉬운 국가로 평가했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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