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집 출근하던 기자는 집 앞에서 경찰을 맞아야 했다. 경찰은 ‘촛불집회 폭력시위 용의자’라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이유를 묻자 “촛불집회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폭력시위자와 당신의 사진을 비교해보니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밝혔다.

다시 폭력시위 용의자의 사진과 비교할 자료의 유무와 집 주소를 입수하게 된 경위를 묻자 “주민등록에 기록된 사진을 비교했다”며 “집 주소 역시 주민등록을 이용해서 알아냈다”고 밝혔다.

경찰 신분증 통해 그들이 광역수사대(광수대)인 것은 확인했지만 이름과 직위를 확보하지 못해 서울경찰청 광수대에 문의했다. 기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로 아침에 있었던 상황을 설명한 후 조사 경위를 물었다

전화를 받은 모 경사는 “현재 광역수사대에서 촛불집회 폭력시위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각 동사무소의 주민등록등초본을 통해 용의자의 신상명세를 확보해서 수사를 진행 중이며 한번이라도 사진에 찍히면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사를 받을 때 현장에서 연행을 하지 않거나 따로 특이사항을 적어가는 것 등을 하지 않으면 조사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기자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광수대에서 주민등록등초본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동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최근 경찰에서 온 협조요청은 없었으며 협조공문 역시 오지 않았다고 답을 들어야 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광수대에 다시 문의를 하자 지원계의 모 경위는 "현재 광역수사대에서는 사진채증과 관련해 대조작업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조계사에 나가 있는 형사를 제외한 나머지 개별 형사들의 수사에 대한 사실은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상반된 답변에 김희수 전북대 교수(경찰혁신위 민간위원)는 “지금 상황은 정식 조사라기보다는 단순한 내사 단계로 보인다”며 “사실상 수사라고 할 수 있는 내사는 공식적인 사건으로 등록되지 않고, 법률통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경찰에서 말해주지 않으면 확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영장 없이 등초본을 활용해 수사한다는 것은 위법부당한 사례"라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수사를 위해 임의적으로 개인정보인 주민등록 정보를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기자의 경우 전과라든가 집회 또는 다른 사건과 관련해 조사대상으로 경찰서에 간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취재를 위해 촛불 현장을 지켰을 뿐이다. 그러나 한순한 ‘폭력시위 용의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 또한 기자는 수 십년전 엄혹했던 ‘공안정국’을 겪지 못한 세대다. 하지만 출근 길 집 앞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경찰의 ‘공권력 과잉’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누군가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병윤 기자

박병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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