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마저 동원체제인가?

한편으론 ‘자원봉사활동진흥위’ 폐지

푹푹 찌는 더위와 숨 막히는 정치경제상황에서 국민에게 한줄기 소낙비 같이 시원함을 안겨주는 금메달 소식에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다. 화려한 개막식 뒤에 뒷말도 많은데, 중화사상을 표현한 개막식 보다는 홍익인간사상을 표현한 우리의 88올림픽 개막식이 더 좋았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런데 홍익인간이 우리나라 건국 사상이기에 ‘광복절’을 ‘건국절’로 부르려는 사람들이 홍익인간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어 안타깝다. ‘광복63년 건국60년’이라는 명칭의 행사를 정부가 준비하기에 더욱 문제가 꼬인다.

이 문제는 정부가 수렴되지 않은 일부 학자들의 사견을 받아들여 올해의 광복절 행사를 건국 60년 행사로 이름 지은 데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광복동지회를 비롯한 70여 시민사회단체들과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임정기간 30년 역사를 왜 우리 스스로 빼느냐"는 문제 제기가 언론에서 연일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왜곡 자체만으로도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많은데, 우리나라 ‘자원봉사정신’의 원류인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번 건국 60년 행사에서 ‘동원봉사정신’으로 변질시키는 지침을 내리고 있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행사에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하라는 정부의 자원봉사센터들에 대한 무형의 압력과 전경련 회장의 회원사들에 대한 간곡한 부탁(?)으로 자원봉사자들을 정부행사에 동원하려는 지시들과 참여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시간을 인정해 준다는 준비위원회측의 웹사이트 홍보는 ‘자원봉사는 나라를 새롭게 하고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힘’이라고 굳게 믿고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이들과 함께하는 자원봉사관리자들, 자원봉사지도자들에게는 정말 맥 빠지는 일이다.

정말 60년대로 되돌아가려는 것인가? 자원봉사자들은 정부행사에 마구 동원돼도 좋다는 말인가? 국가의 경쟁력, 특히 창의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우리나라가 살길이라고 외치면서 어떻게 그런 정신을 말살하는 정책과 지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자발적 참여의식과 시민적 책임의식을 생명으로 삼는 자원봉사를 이 땅에 확산시킴을 목적으로 삼는 법정단체이자 130여 자원봉사단체들의 협의체 실무책임자로서 깊은 고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이 새천년 21세기에 들어 자원봉사를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정하고 IYV 세계자원봉사자의 날을 선포한 이래로 수많은 국가가 자원봉사활동을 진흥시키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런 대열의 선두에 있음을 우리는 스스로 자랑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자 자원봉사를 진흥시키고자 법제화 한 총리실 산하의 ‘자원봉사활동진흥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한번 소집도 하지 않고 폐지한다는 소식과 함께 반자원봉사적 지침들의 난무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자원봉사센터들을 ‘정치도구화’ 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를 슬프게 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분노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자원봉사국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자원봉사활동 진흥 국가 5개년 계획도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아마도 이제는 1천만 자원봉사자들이 궐기하고 1만의 자원봉사관리자들이 그 궐기에 앞장서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