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전횡 통치, 변화의 방향은?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

“신자유주의 정책의 최종 결과는 서민생활 피폐, 대중의 고통 점검하고 함께 해결을 모색해야”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친환경 물길 잇기·공기업 선진화 등 본질 숨긴 채 말 만드는 정부, ‘카피라이터 정권’이라 부르고 싶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국민은 고통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는데도 개발정책만 추구… 투기·환경파괴 우려”




강상헌 본지 논설위원

“후반기 경제회생의 기회있다는 발언, 구체적인 내용 없어 해석 난감… 결국 대운하 부활 추진?”

이명박 정부가 촛불정국 등으로 주춤했던 각종 규제완화와 개발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심의 이반을 언론 탓으로 돌리며 방송 장악을 시도하기도 한다. 반대와 비판을 누르고 국정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신문>은 출범 후 6개월을 맞은 정부를 정부 평가하고, 향후 각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화될 조짐을 보이는 각종 국정흐름에 대해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는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 이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강상헌 본지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편집자

▲강상헌=이명박 출범 6개월을 평가하는데 있어 우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과하고 진중하게 국민들에게 소통을 하겠다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공격적이고 엽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보고 대처할지 점검해 보자.

▲이선근=촛불정국에 막혀 ‘기업 프랜들리’ 정책 구체화 될 수 있는 시기가 늦춰졌지만 산발적으로 나오던 정책 밑그림이 6개월을 지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출총제 폐지는 거의 확정이 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돈 안들이고 확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법인세 인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재벌 대기업들은 보다 많은 축적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출 드라이브를 유지하기 위한 고환율 정책은 대기업의 실적호전만 가져오고 오히려 중소기업의 어렵게하고 있다. 또한 서민들의 삶이 피폐하게 만드는 상황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기업 프랜들리 정책의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 저항이 낳은 것을 보면 앞으로 험난한 정국이 예고된다.

▲오성규=경제학자들도 스태그플레이션 수준의 경제상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만났는데 경제정책의 청사진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한반도 대운하를 일단 접은 상황에서 국제과학비지니스 도시만 남았다. 실제로 아무런 계획이 없이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된다. 이정우 교수는 MB경제의 방향을 예측하면서 7가지를 제시했는데 경부운하로 대표되는 개발주의, 복지보다 성장우선, 감세 및 작은 정부, 금산분리 등 규제완화, 민영화, 기업친화적 행정, 한미FTA로 대표되는 적극적 개방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7가지 기조로 지난 6개월 동안 정책들이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다. 이미 감세, 민영화는 추진되고 있고 금산분리 등 규제완화도 곧 법제화될 것이다.

개발우선 밑바탕 그려와

▲김유진=많은 국민들이 도덕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을 창출하게 한 것은 잘살게 해줄 수 있다는 욕망, 우아하게 말하면 경제를 살려달라고 찍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무능과 구시대를 키워드로 만들고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너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동력을 찾고 경제정책을 찾는 방식이 너무 구시대적이서 21세기 우리나라를 끌고 갈수 있을까 불안감마저 안겨준다.

이명박 정부 한 사람의 문제일까. 대통령 뿐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는 집권세력도 지난 10년 동안 자질을 갖추기보다 정부를 흔들면서 허송세월 했다. 그동안 급속한 사회변동이나 국민의 의식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지금에 상황에 이르렀다. 비판에 앞서 국민에겐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선근=IMF 이후 정권들은 트리플다운(적하론)에 기초해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신자주주의적인 경제철학에 기반을 둔 것이다. 고소득층에게 경제적 이득을 밀어주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신앙적인 수준이다. 때문에 정부는 시간만 벌면서 기업 프랜들리만을 강조하고 경제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촛불이 민심이 아니라 일부의 사주로 확산됐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서민에 대한 배려나 민심읽기는 보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가리기 위해 과거 정부가 말했던 ‘서민에 대한 배려’라는 좌파적인 분식조차 이번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구분조차 필요 없다며 신자유주의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강상헌=대통령이 내년 후반기 경제회생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지 난감하다. 결국 대운하 부활이 아닌가 우려된다.

▲오성규=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새만금을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원래 계획엔 농지 70%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새 정부에서는 이 비율을 역전시켰다. 70% 개발을 위한 대역사가 진행될 것이다. 친환경 물길 잇기라는 미명 아래 대운하가 다시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추진 안하려고 하지만 지역에서 가만있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 댈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는데도 개발정책만 추구해 '버블'과 투기, 환경파괴를 키우는 상황이다. 차라리 대통령이 말하는 내년 말 경제회생이 개발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라 막연하게 내년 말이면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김유진=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국정운영방식에서 대통령의 내년 하반기 경제회복 발언은 준비된 내용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회생에 대한 우려와 압박이 커질 것이다.

준비된 능력과 비전이 없어 경제회생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반도대운하 등 개발전략도 반대여론이 우세하고, 한미FTA도 미국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는 처리할 수 없다. 부동산, 재벌 규제완화 방법 외에는 딱히 쓸 수단이 없다.

서민·중소기업 대책 안보여

▲강상헌=결국 해결책이 없으면 수성이라도 해야 하는데 우려된다. 전체지도를 만들어 놓고 하나씩 모자이크를 맞춰가야 할 텐데 당장의 문제 해결도 힘에 부치는 모습니다.

▲오성규=최근 삼성경제연구원은 향후 유가가 7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MB경제팀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기대를 걸면서 전체 경제상황을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경제상황이 안 좋더라도 향후 유가하락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서민들의 삶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선근=과거 정권엔 중소기업에 대한 ‘립서비스’라도 있었는데 아예 이야기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민생의 시각에서 접근하면 큰 틀이 중소기업 정책이다. 중소기업의 아우성이 나와도 실효성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 대신 강제성이 전혀 없는 납품단가협의제를 내왔을 뿐이다.

▲강상헌=높은 차원의 정책개발과 모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극단적인 충돌을 낳은 수 있다.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농민을 경제 차원이 아니라 복지정책으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선근=농민이 복지에서 소외돼 있는 상황이라는 차원에서 복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폐농을 전제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농업과 농민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방증이다.

▲오성규=복지를 50~60년대 밀가루 포대를 나눠주는 구휼제도 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복지를 생산적 복지로 전환해 국민의 편익을 향상시키겠다는 아니라 기업만 성장시키겠다고 하는 표현이다.

▲강상헌=지금까지 논의처럼 결국 경제와 개발, 환경은 떼어 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환경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오성규=조명래 단국대 교수가 현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신개발주의라는 표현을 썼듯 환경이란 포장을 해서라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기조다. 청계천부터 그런 논리를 설파해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효과를 보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저탄소녹색성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표한 지방육성계획에는 환경규제권한을 광역단체장에게 주겠다고 했다. 경쟁적으로 기업과 투자를 유치하라는 것인데 수도권 중심의 불공정 게임룰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은 공동화 현상으로 피폐화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또 입지규제는 사전예방적 정책수단인데 이를 완화하고 있다. 상수도 보호구역을 반경 15km에서 7km로 후퇴시켰다. 환경평가에서도 기존 2개 평가를 하나로 줄이고 그 기간도 단축했다.

저탄소녹색성장의 전제가 탄소를 과다배출하게 만드는 성장드라이브에 대한 반성 임에도 기후변화협약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면서 ‘녹색홈 100만호 건설’을 말하고 그린카로 국내 자동차 업체를 세계 4대 메이커로 도약시키겠다고 한다. 저탄소사회로 가기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일까를 먼저 생각한 뒤 녹색 성장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도 새 정부는 녹색 가치를 저열하게 만들고 환경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유진=저탄소녹색성장이라는 표현만 들으면 말을 굉장히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친환경 물길 잇기, 공기업 선진화 등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서 말만 만들어 내는 모습에서 ‘카피라이터 정권’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 성장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가지고 있고 환경, 복지, 민주주의 등의 가치들보다 수십 년간 내제되어온 성장, 개발 가치관을 찾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정권이 시민운동단체들보다는 우위에서 선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집권층은 고교평준화를 말하면 이를 하향평준화로 공격하고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을 안정화시키려면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는 식으로 그들 자신의 기득권을 일반 시민의 이해와 가치로 포장하는데 능한 반면, 시민사회는 공익적인 가치를 ‘우리의 가치’로 이해시키는데 부족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성규=현 정부가 녹색성장을 거론하며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을 말하기 이전에 과잉 사용 부분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산업, 수송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전력공급 가격은 정책적으로 가정에는 높게 책정되고 산업 쪽에는 낮게 책정된다. 우리가 내는 전기세가 오히려 기업에게 들어간다. 산업계는 여전히 온실 속에서 혜택을 받으면서 에너지를 펑펑 쓰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선 기업들도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친환경에너지 관련해서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호남에서 한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썼다. 이를 정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지식경제부에서는 끝까지 위법임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에너지 위기 시대의 대응 방식을 국가가 찾는 것이 아니라 세원 마련과 오일마피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개인 시도나 노력조차 막으려는 것은 문제다.

통제기반 위한 방송장악 집중

▲강상헌=새로운 에너지원에 발굴 시도가 활발해야 할 텐데 도리어 막는 상황이 나오는 것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 정부가 방송 등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면서 우려와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

▲김유진=이명박 정부 출범 전부터 어떤 식으로든 방송정책을 바꿀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법제도를 무력화시키며 초법적인 조치를 취할지는 상상을 못했다. 2번 정권을 놓친 것이 방송, 인터넷이 우리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다는 상황에서 이후 장기집권을 위해 서둘러 통제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18대 국회에선 방송법, 신문법 등이 개정될 예정이다. 정부여당 의도대로 된다면 재벌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폭넓게 보장되고 신문의 방송 겸업도 허용될 것이다. 이후 상황을 거칠게 정리하면 KBS2, MBC를 민영화하는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가게 될 것이다. 기존 공영방송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처럼 수백 개의 채널로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고, 광고를 위한 무한경쟁을 하게 되면서 공중파 방송의 질과 공익성은 추락할 것이다.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도 예상된다.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진행을 막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이선근=방송을 국정운영과 정권재창출의 관제 고지로 파악하는 상황에서 대응이 너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성규=현 정부는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과 언론을 장악해 문제를 풀려고 한다. 권력기관인 검경 뿐 아니라 감사원마저도 확실히 장악한 상황에서 이제 정부는 언론장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과거정부에는 싫든 좋든 간에 국민과 토론을 하고 체계화하려는 프로세스가 있었는데 이 정부는 그마저 없이 밀어붙여 관철시키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상헌=언론을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든다. 시민운동도 언론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자신의 활동을 알리기만 신경쓰다보니 방송의 공공성 문제 등 중요한 것들은 놓친 측면이 있다. KBS사장 해임 문제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자신과의 연관 고리를 발견하고 인식하게 되는데도 시민운동은 한계가 있었다.

▲김유진=과거에는 시민운동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도 많았고, 좋은 조건에서 운동을 한 것이 사실이다. 시민운동 홍보, 지평을 넓히는 차원에서 언론관계를 유지해 온 측면도 강했다.

하지만 언론운동으로 한정시켜 볼 때 시민들이 촛불정국 이후 조중동 등 보수신문을 이명박 정권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는 중요한 변화도 있었다. 과거엔 시민들에게 조중동 왜곡보도를 설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는데, 광우병 문제는 자신의 문제였다. 시민들이 자기 몸과 건강문제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조중동이 말바꾸기로 일관된 왜곡보도하는 것을 보고 조중동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

일반 시민들은 조중동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절독이라던가 광고불매운동 등을 자발적으로 했다. 이러한 요구와 내용을 어떻게 살려나갈지가 언론운동진영의 중요과제다.

▲강상헌=촛불정국이 끝나면서 보수언론에서는 ‘촛불은 의미가 없었고, 일부 배후세력에 의해 주도됐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는 촛불을 조직화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는 말도 한다.

▲오성규=촛불이 자발적이고 비조직이었던 시민들의 운동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조직화가 안돼 제2, 제3의 촛불이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보수언론은 촛불로 대통령이 2번 사과를 하는 상황까지 갔는데도 의미가 없다고 폄하한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이젠 촛불이 지나온 100일 간의 과정을 분석하고 점검해 시민들을 만나며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해 대응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

▲강상헌=정부가 바뀌면서 진보개혁적 시민사회는 인정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김유진=대부분의 시민운동가들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고민이 되는 부분은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이렇게 허약한 것이었고 부실한 것이었냐 것이다.

지금껏 법과 제도를 바꾸고, 촛불에서 100만 대중이 모였는데도 변화와 소통이 안되는 상황에서 답을 못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독재 운동 전선을 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한 논의까지 포괄해 이명박 시대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다.

시민사회가 시민들에게 리더십을 상실한 상황이고 곳곳에서 자발적이고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저항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시민사회가 억지로 대중들을 리드할 순 없겠지만 대중 영향력과 인식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촛불의 의미 승화 방안을

▲오성규=신자유주의 아래서 정당과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러 환경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현 정권의 독주와 전횡은 심각한 양상이다. 시민사회가 정부와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

신사회운동으로 불리는 경실련식 초기 시민운동 방식은 영향력의 운동이었다. 오피니언 리더를 내세우고, 언론 캠페인을 위주로 했다. 반면 현재 운동에 주어진 과제는 개혁의 시민정치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를 견제하고 시민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풀뿌리 운동 제외한 시민사회가 백안시하거나 게을렀던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민사회의 영향력과 힘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가 사회적 관습, 특히 보수적인 언론에 의해 규정된 정치적 중립, 합법성이라는 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선근=대중들이 장기간에 역동성을 가지기는 힘들다. 계속 촛불을 들어달라는 것은 진지전 수준으로 싸워달라는 것 아닌가. 촛불의 한계를 인식하고 촛불의 결과를 승화시켜야 한다. 부유층 중심의 정부를 서민의 정부로 바꿔가려면 대중의 요구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받아들이는 운동의 방식이 개발돼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최종 결과는 서민생활 피폐다. 대중들의 고통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해결을 모색하면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거 운동처럼 우리가 옳기 때문에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면서 만나는 노력만이 촛불을 승화시킬 수 있다.

사진=류승태 기자 aquamacker@ingopress.com

정리=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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