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와 의제27, 코리아연구원은 지난 18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대한민국사의 재인식: 48년 체제와 민주공화국’을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치학, 사회학, 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학자들의 견해가 나왔다. 특히 ‘건국절’ 논란이 역사학계만의 문제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건국절’ 논란에 대해 “정체성의 문제로 우리는 누구며, 누구이고자 하는가를 묻는 사안”이라며 “역사에서 계승하거나 부정하고 극복해야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들이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현대사는 성공한 역사?

이에 대해 박찬표 목포대 정치미디어학과 교수는 “뉴라이트 등의 보수 세력에서는 북한과 한국을 비교해서 승리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즉 보수 세력에서는 지난 역사 속에서 한국이 북한에 비해 산업화와 민주화의 발전을 이룬 성공한 역사라고 주장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도 역시 “실제 산업화에서 지속성을 부여할 분배의 문제에서는 70년대가 오히려 분배를 자유롭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다”며 “민주화의 경우에도 80년대와 비교하자면, 고문당하지 않는 것 빼고는 다를 바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성공의 역사라고 보기 힘들다”며 보수 세력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 세력이 한국의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일정부분 성과들이 있었지만 복지체제 미비 등 문제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며 “그런 문제들의 해결을 미루거나 은폐시키는 수단으로서 과거 60년의 성공에 대한 공공연한 공치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파세력의 긍정성 부각

그렇다면 보수 세력이 지난 역사를 ‘승리의 역사’로 규정하며 광복절을 ‘건국절’로 만들어 계승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홍구 교수는 “우리는 광복절에 당연히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를 떠올릴 것이다”며 “광복을 지워버리고자 하는 자들은 광복을 지움으로써 친일 반민족행위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우파 세력이 주장하는 건국절의 이면에는 정해구 교수가 말한 “남한 분단국가 수립의 주역이었던 이승만 등 우파세력의 긍정성을 더욱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은 헌법이 규정한 것이 아닌 인민주권의식에서 나왔다고 지목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진술은 사실판단으로 보면 군사독재권력 등에 의해 한때 부정됐다”며 “가치판단으로 보면 국가권력에 의해 민주공화국이념이 부정될 경우 국민 다수는 사회 운동을 통해 그 이념을 수호했다. 가치판단의 관점에서는 지속되어 온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헌법 전문을 보면 3·1운동과 4·19 혁명을 계승한다고 나온다”며 “현존하는 불완전한 국가를 국민주권의 힘으로 끊임없이 부정하는 정신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참된 정신이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건국일이 언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행헌법의 취지를 잘살려 전제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부단한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박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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