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심상치 않다. 추석을 앞두고 내수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몇 가지 부동산 규제 완화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는 대개 세 방면에서 검토될 수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 등 부동산 건축을 쉽게 하도록 풀어주는 조치, 전매제한 완화와 세금완화 등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조치, 그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나 담보대출인정비율(LTV) 폐지처럼 부동산 구입을 위한 금융조달을 쉽게 해주는 방안이 이 그것이다.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 정책은 이미 7월에 한나라당에서 제시되었다. 뒤이어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전매제한을 완화시키는 방안이다. 주택전매제한은 부동산 과열이 극심했던 2007년 1월 1·11대책에서 강화되었다. 수도권 공공택지 물량은 7~10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민간택지는 5~7년간 전매가 금지되도록 한 것이다. 이를 2~3년 정도 앞당기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드시 짚어볼 것이 있다. 과거에 부동산 경기는 절대적인 공급 물량 부족에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여 과열되곤 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역대 정부들은 공급확대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지방은 공급물량이 넘쳐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주택 보급률이 106%로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가구에 이를 정도다. 전매제한 완화로 얼어붙은 거래를 일부 활성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주택경기와 건설경기를 부양해서 그렇지 않아도 넘쳐나는 공급이 과잉되면 버블을 키우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주택경기나 부동산 경기는 거의 절대적으로 금융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폭발한 부동산 경기 과열은 엄격히 보면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과잉으로 빚어진 것이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던 부동산 경기가 정부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본격화된 2007년 들어서 비로소 잡히기 시작했던 것도 금융이 문제의 핵심이었음을 입증한다.
그런데 건설업계 포함 일각에서는 주택전매제한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니 DTI를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는 있어 심상치 않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2006년 주택담보대출 과잉 때문에 2007년 3월 기준 주택담보 대출 잔액이 278억원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원리금상환시기마저 몰려오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은 4~5%의 저금리 국면이 아니고 대출 최고 금리가 9%에 이르는 고금리 국면이다. 이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풀어 부동산 담보 대출이 과잉되게 되면 상환능력을 뛰어넘는 대출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고금리 아래에서 이자 상환부담 가중과 연체-차압-부실-부동산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는 파국을 피할 길이 없다. 경기부양은 고사하고 경제파국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공연한 우려가 아닌 것은 지금 미국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비우량 고객들에게마저 무분별하게 대출을 한 미국 금융시장은 GDP 14조 달러의 99.9%에 해당하는 엄청난 가계부채를 발생시켰고, 그 결과 지금 미국경제가 침체와 위기의 국면을 맞고 있는 것 아닌가. 지난 7년 동안 미국 주택가격이 약 2배가량 올랐는데 한국의 주택가격은 그 이상 올랐다. 한국의 주택시장 거품이 미국 못지않다는 얘기다. 지금 부동산 주택시장은 연착륙을 해야 할 시기지 버블을 키울 시기가 아니다.
진정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 싶다면 부동산, 건설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현실화해주고, 금융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등 중소기업 회생정책을 펴는 것이 정도가 될 것이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김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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