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우리나라의 양대 보증기관인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통합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통합론'과 기보의 본점이 위치한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독자 존치론'이 팽팽하게 맞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정부의 통합 방침이 최종 확정되면 기관간ㆍ지역간 갈등 등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27일 기보 통합에 반대하는 범시민 차원의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부산지역의 통합 반대 여론뿐만 아니라 벤처ㆍ이노비즈기업 단체들의 잇단 통합 반대 성명 및 집회, 전국 이공계 교수들의 기보 독자 존치 요구 성명 발표 등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지난 26일 2차 공기업 개혁안에서 기보ㆍ신보 통합건을 슬그머니 뺀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정책 기조로 보아 다음달로 예정된 3차 공기업 개혁안에는 기보ㆍ신보 통합건이 어떤 식으로든 포함될 것으로 보여 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한층 가열될 조짐이다.

이와 관련 기술보증기금(부산시 중구 소재)과 신용보증기금(현 서울 마포구 소재, 정부의 공기업 지방이전 방침에 따라 대구로 이전 예정)의 통합에 반대하는 범시민 차원의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벤처기업협회 등 지역 각계 단체 대표 100여명은 27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보ㆍ신보의 통합 저지를 위한 '범시민 대책위원회'의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출범식에서 대책위는 '통합 결사저지 부산시민 선언'을 통해 "정부의 기보ㆍ신보 통합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등에 통합반대 선언을 권유하고 청와대, 국회,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하는 등 기보통합 반대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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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중구 중앙동에 본점를 두고 있는 기술보증기금 사옥 전경.

특히 대책위는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해온 기보를 단지 보여주기식 논리로 통합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기보와 신보의 통합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책위는 '통합 결사 저지 선언문 및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기보는 부산에 본점을 둔 유일한 전국 규모의 특수 금융기관"이라며 "그동안 지역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부산의 금융허브로 도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금융기관"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회도 27일 제182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통합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결의안에서 부산시의회는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중소 벤처기업들이 기술력을 가지고도 자금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기능과 설립취지가 다른 두 기관을 통폐합하는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조경태 의원)도 27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기보ㆍ신보 통폐합 반대ㆍ저지 운동이 정치권, 시민단체, 경제계에서 연일 일어나고 있으며 급기야 지성의 산실인 대학가에서도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당은 또 "공공기관을 고유 목적사업 중심으로 기능과 인력을 재배치하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기보와 신보는 그 업무영역이 판이하게 다르고 두 기관의 핵심 업무가 보증인 바 중복보증의 비율이 2008년 현재 기준으로 3%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정부는 이 문제를 합리성과 효율성의 잣대로만 판단하기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지역 경제ㆍ종교ㆍ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기술보증기금 통합 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기보와 신보의 통합 반대 입장'을 담은 항의문을 전달했다.

대책위의 이날 정부 방문에는 부산상공회의소와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벤처기업협회 등 부산지역 시민사회ㆍ종교 단체 대표 5명과 지역출신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이 참여했다.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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