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남성이 94%, 여성과 어린이도 20명이나 포함
진실화해위원회, 국가 공식사과 및 위령사업 지원 권고

국가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이하 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당시 경북 울진지역에서 발생한 ‘부역혐의 희생사건’에 대해 국가가 공식사과와 함께 이들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가 울진지역 부역혐의 희생사건에 대해 ‘국가 공식 사과’를 공식화함에 따라 이들 희생자에 대한 진실 복원사업이 58년 만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7월 ‘울진 부역혐의 희생 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1950년 9월 26일부터 12월말까지 울진군(당시 강원도 울진군)에서 지역 주민 최소 256명이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울진경찰서 경찰과 특무대(CIC), 국군 제3사단 군인 등에 의해 희생된 것이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또 “1년여의 조사 기간 동안 각종 자료와 신청인, 참고인 등 진술조사, 울진경찰서로부터 입수한『부역자 명부』, 울진지역 총 10개 읍·면 중 8개 읍·면 133개 마을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이 사건으로 희생된 256명(추정자 51명 포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 진실화해위는 “당시 부역혐의 희생 사건은 울진에 군 병력이 주둔했던 시기에 발생했다”고 밝히고 “사건의 가해주체는 당시 울진경찰서 경찰과 특무대(CIC), 국군 제3사단 군인으로 확인됐으며, 군이 이동한 후에는 울진경찰서와 각 지서 경찰에 의해 주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규명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가 신원을 확인한 당시 희생자 256명은 청장년 남성이 대부분(94%)이며, 여성과 어린이도 20여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당시 부역혐의자 희생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결과 보고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인민군 점령시기에 공적인 역할을 맡거나 특정 단체에 가입하는 등의 부역을 했다는 혐의로 희생됐으나, 이러한 부역혐의에 대한 판단은 부역자처리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경의 임의 분류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자발적으로 부역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이미 도피·월북한 뒤였고, 이웃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인민군 점령시기에 특정한 직책을 맡았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단체에 이름이 올랐던 사람들이 남아 있다가 희생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진실화해위는 좌익혐의나 부역혐의가 전혀 없는 민간인이 살해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군의 소집 명령에 늦었다는 이유, 인민군 장화를 신었다는 이유, 군 작전지역을 거닐었다는 이유, 가족이 부역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희생되었고, 심지어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과 사적 보복감정 때문에 희생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들이 단지 부역을 했다는 혐의만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인을 살해한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 범죄”라고 규정하고 “유족들은 가족의 사망과 연좌제 등으로 고통과 차별을 받아 왔으며, 마을 주민 간에 갈등과 반목으로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는 등 아픔을 겪어 왔다”고 진단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및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화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한편 이번 진상규명은 일부 희생자 유족의 조사 요구를 진실화해위가 받아들임에 따라 실시됐으며 위원회 이화자 조사관에 의해 지난해 1월 서류조사를 시작으로 올 6월초까지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조사관은 1년 여 동안 울진지역 133개 마을을 직접 찾아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진실화해위 이화자 조사관은 “이번 진상 조사를 통해 정확히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 수 만 256명”이라고 밝히고 “당시 10만명의 울진군 인구수와 부역자명부를 통해 확인된 부역자수 4,500명 등을 감안한다면 전체 피해자규모는 이보다 많은 320여명 정도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 조사관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활동은 과거를 파헤쳐 상처를 다시 드러내자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제대로 알고 화해하는 계기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 모두가 화해하고, 희생자를 위한 위령제가 생겨나 후세에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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