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반대

시민사회, 조선산업 내 구매독점 발생과 불공정거래 구조·관행 고착화 우려 변승현 기자l승인2021.05.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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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양대 조선사 합병은 고용·공급사슬·지역경제 위기 야기할 것”

금속노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민주노총,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조선3사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용·산업 위기, 불공정 문제 해결 없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특히 기자회견 이후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청와대에 의견서와 입장을 전달했다.

▲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용·산업위기·불공정 문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사진=참여연대)

그동안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양대 조선사 기업결합이 독과점 형성과 고용위기, 조선산업 내 공급사슬 및 지역경제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더욱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국내 조선수주 점유율 50%, 경쟁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25%p 이상으로 경쟁 제한성 요건에 해당하며, 전세계 대형 액화석유가스 운반선과 대형유조선VLCC 발주량에서도 독점이 발생해 조건부 승인 결정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 기업결합이 조건부로 승인 날 경우, 독점 해소를 위한 기술이전 또는 사업 축소가 이루어질 수 있어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우려 사항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양대 조선사의 기업결합이 구매독점으로 이어져 현 조선업계에 만연한 하도급 갑질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공정 지배구조와 편법승계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 헐값매각 비판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7년 회사와 조선산업 전반의 공동이익보다는 정몽준 총수 일가의 기업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개편을 단행함에 따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불공정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문제가 된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 아래 한국 조선산업을 집중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조처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국가가 최소 7조원~12조원 이상의 자원을 동원해 정상화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 측에 넘기는 조건으로 단지 2조원이 조금 넘는 규모의 조선합작법인 신주를 받는 것이 ‘헐값매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조건의 대우조선 매각은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공정경제 구조 확립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한국산업은행 간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이 2019년 체결된 후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었으며, 현재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경쟁 당국의 심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될 때까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부당 인수 저지를 위해 단호히 행동할 것”임을 밝혔다.

▲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용·산업위기·불공정 문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사진=참여연대)

[기자회견문]

고용·산업 위기, 불공정 문제 해결 없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반대한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EU, 일본, 한국 경쟁 당국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초기 시점부터 이 인수·합병 건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비판하고, 독점재벌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해 온 것에 대해 반대해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7년 회사와 조선산업 전반의 공동이익보다는 정몽준 재벌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개편을 단행해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정몽준 일가는 다른 주주의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지주회사 유상출자를 통해 기존 현대중공업 지분 10.15%을 현대중공업지주회사 지분 25.85%로 높였으며, 선박 보증·관리와 AS를 담당하던 알짜배기 사업부를 지주회사 아래 현대글로벌서비스로 분사시켜 그 사업이익을 편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서 건실한 영업실적을 내어왔던 현대오일뱅크를 지주회사 아래 편입한 것 역시 기존 현대중공업 주주들의 이익을 배제한 채 오직 총수 일가의 지배력과 이익독점에 충실한 결정이었다. 정몽준 일가는 별다른 금전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단지 현대중공업의 영업기회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기업 소유권을 강화해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처분이 불공정한 지배구조 개편과 편법승계 논란이 있는 현대중공업 재벌 일가의 이익에 우선 부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 이후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최소 7조1,0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출자전환과 영구채 매입 등 지원을 포함하면 12조원을 훌쩍 넘는 국가의 자원을 투입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막대한 기금을 들여 살려놓은 대우조선해양을 불과 2조원을 조금 넘는 규모의 조선합작법인 신주와 맞바꾸는 것에 대해 정부와 산업은행은 어떠한 공적인 책임도 느끼지 않는 것인가. 정부와 산업은행은 왜 ‘헐값매각’,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인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양사의 조선수주 점유율 합계는 50%를 넘고 경쟁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는 25%p 이상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상 경쟁제한성 요건에 해당한다. 양사 합병 후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고용위축, 산업 내 수요-공급사슬 위기, 지역경제 황폐화 등 부작용을 상쇄할만큼의 효율성 증대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요건이 인정됨에도 기업결합이 허용되는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즉, 현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무조건 기업결합은 불가하다. 만약 경쟁제한성 완화를 조건으로 기업결합이 승인되어 기술이전이나 생산축소 등이 진행된다면, 이는 오히려 기업결합 추진의 구실마저도 퇴색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나랏돈을 동원해 살려놓은 대우조선해양을 오직 정몽준 총수 일가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매각하는 것은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공정한 경제 구조 확립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후 구매독점 형성에 따라 하도급 불공정거래 구조·관행이 더욱 굳어질 것 역시 명약관화하다. 그간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거래 행태에 수차례 제재결정을 내렸으나 불공정거래 관행은 계속되고 있으며, 피해업체들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 구제도 이루어진 바 없다.

양대 조선사는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 커녕, 당국의 제재결정에 대한 불복 행정소송, 피해배상 거부 등으로 일관해오고 있을 뿐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자신의 사업상 이익을 위해 중소기업, 하청노동자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동안, 양대 조선사의 중소하도급업체들은 폐업위기는 물론, 종업원 임금도 지급하지 못해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용·위험의 외주화가 조선산업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원인이라는 사실 역시 더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번 기업결합을 단행하며 조선산업 경쟁력 확보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운운하기 전에 현재의 비정상 상태부터 정상화하는 조치를 실행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 일가만을 위한 양대 조선사 기업결합에 대해, 고용·지역경제·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침식하고 불공정거래를 영속화하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 책임을 벗어던지는 것에만 골몰하지 말고 무엇이 국가 경제와 국민 복리에 기여할 방안인지 재고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양대 조선사 기업결합에 대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될 때까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부당 인수 저지를 위해 단호히 행동할 것이다.

2021년 5월 2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선3사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원회, 참여연대

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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