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침식 심각....5개 시·군 47곳 발견
“인공구조물 보다 연성공법이 적합”

경북 울진 평해읍 월송정에서 기성면 구산리에 이르는 길이 2.5Km의 은빛 모래사장이 연안 침식으로 절반 이상인 1.7Km가 모래절벽으로 변해 있다. 울진 최고의 해수욕장인 죽변 봉평해수욕장 모래사장도 심각하게 침식돼 있다. 군은 지난 여름 해수욕장에 모래보강 사업을 펼쳐 해수욕객을 맞았다. 9월 현재 봉평해수욕장 모래사장은 30M이상 유실됐다. 송림도 침식으로 뿌리를 드러낸 채 고사 위기에 있다. 또 폭 80~100여m였던 해변은 불과 20m 가량 남아있다. 이와함께 올 4월,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주민들은 울진원전 방사성폐기물 항만시설 공사로 마을 앞 백사장이 모두 유실됐다며 이의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남효선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해수욕장 일대 모래사장과 송림이 심각하게 침식돼 있다. 해안 인접 상가와 지역주민들은 근본 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 등 소극적 행정으로 모래포대를 쌓는 등 미봉적 대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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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무분별한 어항개발 시설로 해빈류 생태계를 파괴, 동해안은 해안침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경북 울진 후정리 해수욕장 모래사장 침식 현장.

간이해수욕장으로 유명했던 영덕군 강구면 대탄해수욕장 인근 모래사장은 10여년 전부터 급격히 침식되면서 20번 지방도로 구조물 부근에만 모래사장이 일부 남아있다.

또 인근 포항시 송라면 송라해수욕장의 경우, 길이 1.6Km의 해변이 자갈밭으로 뒤범벅이 돼 있다. 지난 7월 해수욕장 개장을 위해 포항시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모래로 자갈밭을 덮었으나 수 일 만에 모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애꿎은 혈세만 낭비한 셈이다.

연안 인근 주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모래사장이 사라진다”며 “인근에 방파제 공사를 하고 난 뒤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 동해 연안 모래사장 침식문제가 사회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동·서·남해안 개발특별법 시행과 함께 연안 지자체가 대대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연안 일대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동해안 일대의 연안 침식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도가 지난해 11월 한국해양연구원에 의뢰, 조사를 벌여 최근 발표한 ‘연안 침식 실태 조사 및 대응 전략 연구용역’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등 동해안 5개 시·군에 연안 침식이 발생한 지역이 모두 47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용역결과에 따르면 도내 동해안 연안 47곳에서 침식현상을 보이고 있다. 21개 지역 33.740㎞ 가운데 19.616㎞는 10여만에 해안이 폭 6~22m 정도 침식됐으며, 드라이브코스인 경북 지지체 별 해안도로 곳곳은 모래사장이 침식돼면서 구조물이 드러나 붕괴 위험마저 안고 있다.

남효선

해안침식으로 수 백년 자연경관을 지켜 온 송림이 뿌리 채 파여 고사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은 울진군 죽변 봉평리 해수욕장 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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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침식으로 국도 옹벽 구조물이 붕괴위험에 직면하자 군 행정이 ‘철망태’로 보강작업을 했으나 이 또한 침식돼자 ‘삼발이(항만용 콘크리트구조물)’로 보강해 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울진군 온양리 해안침식 보강 모습.

울진 온양리의 경우, 해안침식으로 도로 옹벽이 붕괴하자 철망태로 임시 보강했으나 이 또한 유실돼자 다시 ‘삼발이(항만용 콘크리트 구조물)’로 보강했다. 그러나 이 또한 얼마나 견딜지 알 수 없다.

이와관련 울진군 수산과 김영수 담당은 “연안침식은 외항의 해류보다 내항의 해빈류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현재처럼 심각한 연안 침식현상의 배경에는 동해안 대규모 어항 설비와 관련이 있다. 당초 대규모 어항설비를 축조하면서 이에따른 해빈류의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당시 해빈류의 영향을 받는 지점에 대한 복구책을 동시에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김 담당은 복구사업 예산의 빈약함도 지적했다. 지자체의 경계가 인접해 있는 동해안의 경우, 어항시설을 추진하면서 지자체간의 연계 계획과 함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비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안 침식이 심각한 곳으로 지적된 47곳 중 38곳은 백사장 침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파도가 넘어오거나 침수 등에 따른 재해 위험지역 6곳, 해일로 인한 호안(해안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구조물) 붕괴 2곳, 해일에 따른 유실 1곳 등이다.

특히 21개 지역 33.7㎞ 가운데 19.6㎞는 10여년 만에 해안의 너비가 16∼22m나 침식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침식원인으로는 어항 건설 19, 직립호안 건설 22, 도랑둑 건설 2, 원전구조물 2, 민가 전진 2 등이었다. 또 연안보존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21곳의 침식은 폭 최대 22m(포항 동해면 도구해수욕장), 길이 2.43km(울진 후포면 삼율리~금음리)에 이르렀다.

이에앞서 국토해양부가 도내 22곳을 조사한 연안침식 등급평가에서도 ‘A(양호)등급’은 1곳도 없었으며, ‘B(보통)’와 ‘C(우려)등급’이 9개소, ‘D(심각)등급’도 영덕 대탄리, 울진 봉평리 등 4곳에 달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봉평리 해안의 경우 백사장 면적이 지난 2005년 6월 8천49㎡에서 1년 뒤인 2006년 6월에는 8천972㎡로 증가했다가, 4개월 뒤인 2006년 10월경에 7천966㎡로 줄어들었으며, 올 6월에는 7천488㎡까지 감소했다.

C·D등급의 침식원인은 대부분 해안도로 및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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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연안 지자체의 해안침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연구원은 해안침식 실태조사를 통해 “해안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인공구조물 설치를 통한 응급처치보다 모래쌓기 등 연성공법이 침식을 막는 유효한 방안”이라고 제시했다.사진은 해빈류에 의한 해안침식으로 마을이 붕괴 위험에 닥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방파제 모습.

이같은 급격한 침식현상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바닷모래 채취 등도 원인이지만 동해 연안 지자체와 해양 관련기관이 무분별하게 추진해 온 항만과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 설치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해양연구원측은 밝혔다. 해안침식의 직접적인 원인이 결국 인재라는 것이다. 연안 지역 주민들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양연구원측은 보고서를 통해 “경북 동해안은 급경사지역이 많아 지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는 곳은 축대 등을 쌓아 시급히 보강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백사장이 유실돼 해변 구조가 바뀐 곳은 또 다른 유실을 낳을 수 있는 인공구조물을 만드는 것보다는 해마다 모래를 보충하는 연성공법이 더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방파제, 항만 등 연안개발로 해류가 변화하면서 이같은 일이 생기고 있다”며 “침식현상에 따른 주민들의 안전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동해안 연안침식 관련 최종 연구결과가 나오면 위험 지역에는 예산을 우선 투입해 지반붕괴를 막겠다”며 “앞으로 동해안 연안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 연안침식을 최소화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해안 개발 특별법인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보전과 개발욕구가 서로 맞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오는 10월 경북 동해안 연안침식 관련 최종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국토해양부의 ‘제2차 국가 연안정비 10개년 계획(2010∼2019년)’에 적극 반영시킨다는 방침이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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