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불신’ 홍보쇼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09.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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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입덧’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더욱 심각한 입덧이 시작될 것이다. 이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정부 출범 이후 이대통령을 괴롭혔던 촛불정국이 마무리됐다는 현상만을 보고 “입덧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국민의 불신’이라는 괴물을 잉태하고 있어 더욱 힘든 입덧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지난 9일 5개 TV를 통해 생중계된‘대통령과의 대화’를 보면서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운 이번 ‘홍보 쇼’는 오히려 국민과 소통 않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촛불정국이 횃불정국으로 진화할 지도 모른다.

한 누리꾼의 지적대로 ‘자판기 대화’로 평가받는 이번 홍보쇼에서 이 대통령은 촛불정국 당시의 사과와 반성은 전혀 없이 ‘법대로’라는 강경기조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했었다는 한 대학생은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했지만, 광우병 대책회의에 대한 수배가 계속되고 불매운동에 나선 네티즌까지 구속되고 색소 물대포나 백골단까지 부활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소통이냐. 민심을 계속 강제력으로 다스리려고 한다면 제2의 촛불도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무섭다. 협박을 하시는데…. 참여만 했죠? 주동은 아니죠?"라며 "선진국가 되겠다고 한다면 법치가 이뤄져야 한다. 법 어기고 폭력적이 된다면 법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오히려 엄포를 놓았다. 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해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곧 광우병’이라는 정보가 잘못 전달돼서 국민이 많은 걱정을 했다"고 말해 광우병 문제를 ‘PD수첩’과 인터넷 탓으로 돌렸다. ‘정보 전염병’에 대한 평소의 소신이 엿보인다.

한 패널이 “강만수 장관에 대한 신뢰가 어디서 나오나"고 물은 데 대해 이 대통령은 "경제팀이 잘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문제가 예상되면 사람을 바꾸는 것이 최상책이냐. 신뢰가 있어야 책임지고 일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시장의 불신을 받고 있는 ‘소망교회 30년 교우’인 강 장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인 것이다. 한 누리꾼은 "경제팀을 믿어 달라,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적 없다, 경제가 우리나라만 어려운 것이 아니지 않느냐, 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등 변명성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통령의 답변이 동문서답이고 자기합리화에 그쳤다는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야당들도 "잘못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한 허장성세 답변에 더 답답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내 얼굴을 못 그렸다는 둥, 우리 집사람에게서 쓴 소리를 듣는다는 둥, 정상외교는 성공작이었다는 둥, 3류 농담 저질 코미디로 대화능력이 부족한 대통령의 역량을 노출시켰을 뿐"이라고 비꼬았다.

홍보쇼는 이명박 정부가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장악한 KBS가 주관했다. KBS는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 게시판을 통해 들어온 2만800건의 국민의견 중 질문내용을 엄선했다고 했으나 ‘방송장악’과 관련된 질문은 들어 있지 않았다. 게시판에는 "사장 갈아치우니 방송 나올 만하겠다 싶으신가요?" 등 KBS 장악과 관련된 질문이 수많이 들어왔는데도 이를 외면했다. 더구나 KBS 본관 앞에는 시민 200여명이 촛불을 들고 "공영방송 장악하고 대화가 웬 말이냐" 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가장 껄끄러운 사안이기 때문에 알아서 기는 것일까.

KBS와 청와대가 지극정성을 들여 기획한 토크쇼였지만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SBS TV의 드라마 ‘식객’의 시청률(27.3%)이 MBC TV와 KBS 제1TV를 합친 시청률(20.2%)을 앞지른 것이 잘 말해준다.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5개 TV를 동원해 생중계했는데도 ‘채널 낭비’라는 소리만 들었다. 오죽하면 “이번 쇼는 5공 당시 땡전뉴스와 전두환 담화문 발표 이후 최초로 국민시청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로 집단소송감"이란 지적이 나오겠는가. 지지율 20%대의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은 냉랭하기만 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이 없으면 불신은 더욱 높아만 갈 것이다. 방송매체를 동원한 사전기획 홍보쇼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 진솔한 대화만이 흩어진 민심을 잡을 수 있다. 민심을 놓치면 불신은 극대화한다. ‘국민의 불신’이라는 괴물을 잉태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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