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 대신 게임산업 보호 택한 정부

게임 과몰입 안전장치 없애고 부모와 청소년들이 자율 조절하라는 무책임한 정부 이영일 객원칼럼위원l승인2021.08.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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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셧다운제가 사실상 폐지됐다.

셧다운제 도입을 위해 노력했던 청소년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마치 나 자신이 죄인이든 듯한 패배감을 지울 수 없다. 왜나햐면 게임업계와 정치인들 일부에서 흡사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강제로 억압하는 소위 ‘악법’을 개선한 것처럼 의기양양하는 모습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관이 직접 브리핑을 하며 마치 나쁜 법을 없앤 개혁을 한 듯 브리핑을 하는 모습은 적군에 투항한 귀순병의 변명처럼 느껴져 배신감마저 들었다. 필자의 눈에는 청소년 주무부처가 청소년 보호를 포기하고 게임산업 보호에 동조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십여년동안 이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산업이 발전하지 못해왔다고 주장해 왔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게임의 주 소비층은 청소년이고 게임업체들의 주 타켓은 청소년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대다수 청소년이 학생인데 이들이 주로 학교에 가 있어서 게임할 시간이 없으니 밤에라도 해야 자기들이 돈을 번다는 말이 된다.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한다. 여성가족부도 이 점을 감안해 폐지대신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런데 그냥 폐지라니.

이 셧다운제가 도입될 당시에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가 됐었고 지금도 별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면 셧다운제를 없애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는가? 이 문제는 누구의 몫으로 남는 것인가? 부모와 청소년들의 자율에 맡긴다고? 필자는 솔직히 게임업체들보다 참으로 무책임한 것은 바로 정부라고 말하고 싶다.

게임업체는 셧다운제 폐지를 계기로 청소년 보호에 앞장선다고 했지만 필자는 이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물론 청소년 보호를 위한 분야에도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하지만 밤에도 청소년에게 게임할 자유를 줘야 게임산업이 발전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밤에 게임하는 청소년들을 두고 무슨 청소년 보호를 한다는 말인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와서 이 게임에 중독되어 고통에 허덕이는 청소년과 부모에게 자율적으로 알아서 게임 과몰입을 조절하라는 것이 정부의 대안이라는 말인지 묻고 싶다. 적어도 십여년전에는 이 셧다운제가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그 필요성이 부각된 인터넷 게임 중독의 대안이었다. 여러 사회환경이 변했다 해도, 그래서 셧다운제를 폐지한다해도 여기에 꼭 남아야 하는 것은 과연 이를 대체할 방안은 무엇이냐는 점이다.

이제 오밤중까지 청소년들이 게임을 해도 누구도 뭐라할 사람이 없어졌다.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아도 학업 때문에 잠도 잘 못 자는데, 학원 돌아 다니느라고 밤늦게까지 길거리를 헤매는 희한한 나라인데 이제 최소한의 게임 안전장치를 없애면서 부모와 청소년이 알아서 잘 조절하라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영일 객원칼럼위원

이영일 객원칼럼위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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