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요

제공=따뜻한 하루, 정리=양병철 기자 양병철 기자l승인2021.09.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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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었습니다. 계절이 하나 지난 만큼 세준(가명, 4세)이도 훌쩍 자랐습니다. 생후 3개월이 된 세준이를 두고 아내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미혼부가 된 영호(가명, 45세) 씨는 극단적인 시도를 할 만큼 지난 몇 년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었습니다.

그런데... 영호 씨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하나뿐인 아들 세준이와 자신을 뒤에서 응원해주는 이름 모를 후원자들, 그리고 이제는 회사 동료인 따뜻한 하루 직원들의 응원 덕분에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호 씨는 당뇨와 혈압, 우울증 약을 먹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하루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지 벌써 4개월이 넘었는데요.

열심히 일하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전보다 우울감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일도 손에 익숙해졌고 직원들에게 우울하거나 슬플 때, 즐거울 때 마음을 나눌 만큼 친해졌습니다. 주로 후원 물품을 포장하고 발송하는 일을 하는데 영호 씨는 일하는 게 재밌다고 합니다.

“어렵지 않고 재밌어요. 그리고 회사 분들에게 속에 담아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사실 처음 영호 씨를 일하게 할 때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절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 가정이지만, 일이 서툴거나 실수가 많지는 않을까... 그리고 우울증이 심한 상태인데 다른 직원들에게 혹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지만 벌어지지도 않은 앞으로의 걱정을 미리 가불 해서 쓰지는 말자는 생각을 했고, 누구보다 경제적인 도움과 함께 정서적인 교류가 필요한 세준이 아빠에게 지금 따뜻한 하루가 손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세준이 아빠는 누구보다 열심히 따뜻한 하루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잘해주고 계신 세준이 아빠, 영호 씨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여동생과 함께 벽돌 공장에 넘겨진 영호 씨는 여동생만큼은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동생은 학교에 보내고 본인은 벽돌 공장에서 손에 굳은살이 배기고, 허리에 파스를 붙여가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영호 씨는 한글을 제대로 못 배웠습니다. 하지만, 영호 씨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따뜻한 하루 직원들에게 한글을 배웠고,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한글학교에도 등록했습니다.

이제는 더듬거리긴 하지만 천천히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글씨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준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가 많은데 잘 읽지는 못하지만, 더듬더듬 천천히 읽어주고 있어요. 더 열심히 공부해서 책 많이 읽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지난 8월 26일은 세준이의 생일이었습니다. 따뜻한 하루 직원 중 세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삼촌 두 명이 깜짝 생일파티를 위해 세준이네 집을 찾았습니다.

몇 번 아빠가 일하는 사무실에 놀러 왔었는데, 그때 유난히 삼촌들을 따르던 세준이었습니다. 영호 씨와 세준이의 보금자리는 작지만 깨끗했습니다.

평소 영호 씨의 성격이 드러나는 듯 청소가 잘 되어 있는 상태였고, 세준이를 위한 동화책들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따뜻한 하루 직원들은 미리 사둔 풍선과 파티용품으로 생일파티를 준비했고, 케이크와 함께 세준이가 좋아하는 치킨과 피자를 들고 가서 세준이의 세돌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빠와 평소 좋아하는 삼촌들에게 축하를 받은 세준이의 얼굴은 함박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삼촌, 좋아!” “삼촌, 최고!”

마냥 좋아하는 세준이를 보니 저희도 기뻤습니다. 아빠 영호 씨도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습니다. 세준이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그저 건강하게 잘 커 줬으면 좋겠다는 영호 씨...

영호 씨는 그동안 도움 주신 후원자님들께 전해달라며 태어나 처음 쓴 짧은 편지를 전해줬습니다.

또박또박 눌러쓴 영호 씨의 손편지. 짧지만 누구보다 진심이 가득 담긴 감사의 편지였습니다.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준이를 더 잘 키우고,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영호 씨...

앞으로도 따뜻한 하루가 영호 씨와 세준이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상의 편견과 가난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홀로 아이를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는 용기 있는 아빠, 영호 씨에게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세요.

많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영호 씨에게 여러분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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