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 천국’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09.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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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부자편향 정책이 또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로 ‘부자들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명박 정부는 한 술 더 떠 부자들 중에서도 강남에 사는 부자들만을 위한 천국을 꿈꾸고 있다. 대한민국을 ‘부자들의 천국’도 모자라 ‘강부자 천국’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강남에 사는 땅 부자’들을 위해 종합부동산세는 깎고 전체 국민이 내는 재산세는 올리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포함한 1% ‘강부자’만 국민이고 나머지 99%의 국민은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머슴쯤으로 여기는 것일까.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주택 종부세의 과세기준 금액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종부세율도 대폭 낮추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9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지난해 165만원의 종부세를 냈지만 내년부터는 전액 면제받고 10억원인 경우 260만원에서 20만원으로 92.3%나 줄어든다. 종부세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재산세는 올리겠다고 하니 서민의 혈세를 강부자들에게 나줘 주는 꼴이 된다.

종부세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이 대통령 자신이다. 진보신당의 조사에 따르면, 368억9천61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현행 기준으로 3천735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새 기준으로는 1천408만원만 내면 된다. 한 해에 무려 2천327만원의 불로소득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웬만한 신입사원의 연봉에 이르는 돈이 거저 굴러 들어오는 것이다. 종부세 완화의 사령탑인 강만수 장관도 1천339만원, 유인촌 장관은 1천368만원의 혜택을 입게 된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 150명도 완전 면제되거나 부분 감면을 받는다.

종부세 완화의 수혜 대상은 ‘강남 3구’의 1% 국민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말 종부세 과세 대상자 중 수도권 거주자는 93.8%에 이르며 이중 강남 3구에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강남구가 15.7%, 서초구 11.0%, 송파구 9.1%였다. 종부세 과세대상 37만9천 가구 중 기준시가 9억원 이하인 22만3천 가구를 제외하면 종부세 대상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15만6천 가구로 줄어든다. 더구나 종부세 대상자 10명 중 6명은 다주택 보유자로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모두 97만7천 가구로 전체 종부세 대상 주택(112만4천 가구)의 86.9%에 이른다. 종부세 완화로 인한 수혜대상이 ‘강부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이다.

종부세 완화로 인한 세수감소 규모는 2008년 3천400억원, 2009년 1조1천400억원, 2010년 7천500억원 등 2010년까지 모두 2조2천300억원에 이른다. 종부세는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돼 국토의 균형발전과 취약지역의 복지·교육을 위한 재정에 사용됐다. 전라북도에만 자체수입의 16%에 해당하는 1천564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이 돈이 이제는 모두 부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더구나 세수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내는 재산세를 올리겠다고 하니 서민은 이중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

종부세는 양극화의 주범인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는 치료제였다.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다량 보유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사라져 부동산 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부동산값의 변동 진폭도 작아진다. 따라서 종부세의 무력화는 부동산값 폭등을 불러와 대한민국을 투기 공화국으로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사회에 또다시 투기광풍이 분다면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파탄지경에 이를 것이다. 부동산 거품의 팽창과 붕괴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2의 공황’이라고까지 불리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화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가.

‘강남 3구 대통령이냐’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 대못'을 뽑아버리려는 것은 자신의 확고한 지지층을 배려하기 위한 정치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토끼를 잡기 위해 집토끼까지 놓쳐 버리는 실수는 되풀이하기 싫다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 20%대의 대통령이 1%의 집토끼만으로 나라를 이끌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책으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 서민의 혈세를 모아 부자에게 보태주려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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