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업계 반발’ 핑계댄 과방위, 소비자·판매자 안중에 없어 양병철 기자l승인2021.11.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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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 제출 10개월 만에 첫 논의 빈손 마감한 정무위

플랫폼 갑질 근절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올해 처리해야

지난 11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25일 과학기술정부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다양한 불공정행위를 규정하고 금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의 처리가 불발되어 당정이 합의한 오는 12월 9일 본회의 처리 여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29일 오전 11시 플랫폼 반발에 소비자·판매자 내팽개친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사진=참여연대)

온플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시장의 규제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사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알고리즘 조작, 부당한 광고비·수수료, 플랫폼의 자사 상품 우대 등과 같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여러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이용사업자 즉 판매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회가 이를 외면한 것이다.

온플법은 지난해 말 과방위에 전혜숙 의원안 발의, 올해 1월 정부안 제출, 4월 정무위 공청회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 간 규제 권한 다툼만 있었을 뿐, 국회에서 제대로 된 법안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제정 필요성에 대한 요구와 공감대가 높아지자 뒤늦게 당정이 ‘최소 규제 원칙’을 적용하여 규제 대상과 내용을 축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와 불공정약관 등으로 판매자 피해를 초래해 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포함한 인터넷기업들이 중복규제, 중소업체들의 광고비 부담, 거래액 감소 등을 핑계로 법안처리를 반대하자, 국회는 “업계 반발에 부담된다”며 법안처리를 미룬 채 판매자와 소비자를 플랫폼 횡포에 방치하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도 않고, 업계를 설득하지도 못한 채, 그저 국회는 1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중소상인·시민단체들은 29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전형적인 갑을관계 관행이 공고하게 자리 잡았음에도 국회가 업계의 불공정을 가장한 ‘혁신’ 프레임에 휘둘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 마련이라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한 것을 규탄하고 온플법의 올해 내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거의 모든 후보들이 공정사회 구축을 앞다투어 핵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장 심각한 불공정 구조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것이 우리 국회와 정치의 진짜 얼굴인가? 대선 후보자들은 온라인 플랫폼 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마련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제정과 관련하여 분명한 입장과 계획을 밝히고 국회에서 조속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 역시 국회가 을들을 보호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진짜 의지가 있다면 당장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하여 증명해야 한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도 정산을 미룰 수도 있는 불공정한 약관과 각종 불공정행위로 중소상공인을 약탈하고 있지만, 과방위 의원들은 “협회 등 업계의 반발이 커 한 번 더 숙고해야 겠다”며 소비자와 판매자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주도권을 놓치않겠다며 입법을 지연시키더니, 끝까지 플랫폼 기업의 눈치를 보며 법안처리를 미룬다면, 이는 결국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이대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좌초된다면, 이는 정치 권력이 자본에 굴복한 것이며, 대통령 선거의 공약들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 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조속히 처리를 통해 우리 정치의 진심을 보여달라.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은 온라인·모바일로 변화하는 시장환경에서 자영업자들의 종속성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이는 바로 자영업자들의 수익성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속도까지 붙어 어려운 이 시기,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사들은 플랫폼 장악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자영업자들을 희생양 삼아 무한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경쟁을 위한 자본을 자영업자들에게서 뽑아내는 높은 수수료와 천정부지 배달비 등으로 충당하여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조를 방지하는 합리적이고 건강한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 이를 위한 최초의 시도가 ‘온라인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인데 이마저도 무산될 위기다. 국회가 플랫폼 기업의 이해만 대변한 채 자영업자들을 약육강식과 무한경쟁의 희생양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 생태계는 소속된 노동자까지 고려하면 무려 1,100만명에 달한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0%가 생계를 이어가는 장으로 일종의 마이너리그나 비주류 약자들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주요 생태계 중 하나이다. 이 생태계가 지금 당장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이 생태계가 붕괴된다면 전체 생태계도 함께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합리적인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단순히 하나의 입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 생존의 문제이다. 즉시 재논의를 시작해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 자영업자들의 고사를 막고, 자영업 생태계 1,100만의 생존을 지켜내야 한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쿠팡시장침탈저지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문제 못지않게 시장침탈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공룡기업이 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동네 슈퍼까지 진출, 중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그다음 단계인 시장침탈 방지법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 29일 오전 11시 플랫폼 반발에 소비자·판매자 내팽개친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사진=참여연대)

EU와 일본 등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를 규율하는 법을 시행 중이고, 미국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반독점법안 패키지가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이를 넘어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 등을 위한 행정명령도 동원하고 있다. EU에서도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 국회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를 위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대변하고 지키고자 하는 것은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도 성장의 도구로만 전락하고 있는 수백만 중소상공인을 위해 이제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지 않게 올해 안에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처리해 국회가 을들을 위한 곳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국회 정무위·과방위 모두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가 불발된 것은 두 상임위가 진정으로 온플법 주도권을 갖기 위해 다툰 것이 아니라, 주도권 다툼을 빌미로 입법을 지연시키려는 속셈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알고리즘 조작, 정보 독점, 서면계약서 미교부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각종 불공정행위와 불공정약관의 남발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조속히 관련 법령을 마련하지 않아 입점 업체가 피해를 입고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온플법을 제정하면 혁신이 저해된다는 주장을 되풀이 중이다. 업계 주장에 따르면 서면계약서를 교부하고 검색·배열 순위 결정 기준을 공개하고 알고리즘 조작을 금지하여 플랫폼 시장 내에 공정한 거래질서를 마련하면 혁신이 저해된다는 것인데, 이는 업계에서 주장한 혁신의 실체가 불공정행위에 다름 없음을 의미한다. 혁신이 아니라 약탈일 뿐이다.

현재 수정된 정부안은 가장 최소한의 규율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거대 플랫폼 18개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 보완해야 할 내용이 산적한 정부안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정부와 국회가 수백만·수천만 판매자와 소비자가 아닌, 수십개 플랫폼 기업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다면 플랫폼 시장의 혁신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속히 온플법을 제정하고 몇몇 플랫폼이 시장질서를 좌지우지해 이익을 편취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 제정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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