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시청소년재단 홈페이지

경기도 평택시청소년재단 산하의 B씨는 지난 11월말, 사측인 재단측으로부터 쪽지 한통을 받았다. 쪽지 내용은 ‘귀하는 전보 대상자임을 알려 드립니다.’ 이 외에 다른 내용은 전혀 없었다.

이 쪽지를 받은 직원은 B씨를 포함해 몇 명인지 확실치 않다. 재단측이 소위 각개전투식으로 개인개인에게 쪽지를 보내 센터장들도, 직원들도 누가 쪽지를 받았는지 모른다. 이 소위 ‘전보 대상자’는 재단 사무처장이 혼자 결정했다. 사무처장이 재단 이사장인 부시장을 대신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 재단측은 설명한다. 이전에는 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했었지만 꼭 그렇게 하라는 규정은 없다는 것이 재단 관계자의 말이다.

평택시청소년재단은 2000년 2월 무봉산청소년수련원으로 시작해 2009년 9월, 재단법인 평택시청소년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한 평택시의 대표적 청소년기관이다. 대표자인 이사장은 평택시 부시장이 맡고 있고 재단 산하에 무봉산청소년수련원과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북부청소년문화의집, 안중청소년문화의집, 팽성청소년문화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인사위원회, 임원회의 사전 협의 없이 사무처장 혼자 결정하는 것 '문제없다'는 재단

취재 결과 재단 산하 청소년문화센터 직원중 이 쪽지를 받은 직원은 5~6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청소년센터의 센터장이자 재단 상임 임원인 A센터장은 이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센터 책임자도 모르는 인사 대상 통보가 재단 측으로부터 직접 시행된 것이라 A센터장은 주장한다.

재단측이 직원들에게 보낸 쪽지에는 전보 대상 사유, 전보 예정처, 신규 전보자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쪽지를 받았다는 또다른 C 직원은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개인 의사를 무시한 사실상 일방적인 인사 통보”라는 것.

▲ 평택시청소년재단이 쪽지로 보낸 내용

하지만 재단측 관계자는 “이는 큰 오해다. 인사 발령은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고 원래 사전에 협의를 하지는 않지만 사무처장께서 7월 이후부터 인사 예고를 충분히 했고 건의나 이의제기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직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사전 예고를 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A센터장은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A센터장은 “재단측이 평택시의 방조하에 재단 입맛대로 행정을 통제하려는 의도”라며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A센터장은 “재단이 마치 갑인양 그것도 권력이라고 전보권을 가지고 센터와 구성원, 센터장을 패싱시키며 옥죄고 있다”며 “인권경영을 외치는 청소년재단이 현실에서 벌이는 작금의 행태는 더더욱 개탄스럽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단 측 입장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재단측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재단 인사가 거의 없어서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는 직원들도 많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몇 개월전부터 예고를 하고 혹시 면담이 필요하거나 건의를 하거나 하는 직원이 있으면 이를 수렴하기 위해 규정에는 없지만 사전 예고를 한 것” 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사전 전보 안내라면서 "인사가 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다?"

하지만 재단 직원들의 분위기는 “미묘하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말한다. 쪽지 통보를 받은 사람들도, 안받은 사람들도 ‘내가 왜 전보 대상자인지, 나는 왜 대상자가 아닌지, 어디로 발령을 낸다는 것인지’ 몰라 직원들 사이에서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에 직원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전보 대상자 선정 방식에도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재단 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재단 인사위원회가 있지만 인사위원회는 채용과 승진등만 처리하지 전보는 이사장을 대신한 사무처장 권한이라 사무처장 이 자료를 보고 혼자 결정했고 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재단 산하 독자적인 청소년센터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마치 개인 회사처럼 재단 사무처장 혼자 협의도 없이 전보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독재’라는 A센터장의 주장이다.

현재까지 이 쪽지를 받고 면담 또는 이의제기, 건의를 한 현황은 인사 담당부서인 경영지원실 그 누구도 모른다. 사무처장 혼자 밖에 모른다는 것이 재단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언제 정식 인사발령을 할지도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재단측은 쪽지 통보가 배려 차원의 사전 예고라며 “인사 예고를 미리 쪽지로 했기에 인사가 될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데 소통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가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재단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평택시청 한 관계자는 “쪽지 통보에 대해 알고 있지만 시청이 재단 인사에 관여하지는 않아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각의 센터장들도 사전에 팀원들 인사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며 재단측으로부터 “내부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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