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8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사법부가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를 선고한데 대해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 10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지난 1심에 이어 또다시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재벌그룹 총수에게 면죄부를 준 항소심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스스로 사법정의와 시장질서를 무너뜨린 사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시민사회는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1심 재판 결과 문제로 지적된 배임죄 성립여부와 부당이익 규모 축소 논란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아 이건희 일가와 삼성그룹에게 또다시 면죄부를 줌으로써 사법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내렸고,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일부만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때문에 경실련,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1심 판결에 대해 기존 판례와 법리를 무시하고 형식 논리에 입각한 ‘재벌 봐주기’식 판결이었음을 지적해왔다.

경실련은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재벌이라는 경제권력에 굴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건희 전 회장 관련 재판은 특검법상 3심도 2심 선고 후 두 달 이내 끝내야 하고, 상고심이 사실관계 여부보다는 법리 해석 및 적용의 문제를 보는 법률심이라서 올해 말 종료될 전망이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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