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8세기경 소빙하기가 끝나자 바이킹들이 세계로 진출한다. 본디 200만명에 불과 했던 바이킹은 급속히 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기후가 따뜻해지자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사망자가 줄어들어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래서 바이킹은 러시아나 동로마제국은 물론이고 대서양의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넘어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1000년경 건설한 아메리카의 뉴펀들랜드 지방에 있던, 빈랜드라는 정착촌의 유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이킹들이 살 만한 곳이었던 섬은 아이슬란드(얼음의 땅)라고 짓고, 얼어붙은 섬은 그린란드(초록의 땅)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오지 못하게 하려는 계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200년경부터 소빙하기가 도래했다. 기후가 나빠지자 상황은 급변했다. 날씨가 추워지자 그린란드 북부의 원주민인 이누잇족(에스키모)들이 살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바이킹과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이누잇족의 공격과 바다가 얼어붙어 1500년경 소빙하기가 본격화 될 때 바이킹들은 완전히 전멸하고 만다. 1800년경 소빙하기가 끝나고 다시 가보았을 때 그곳은 마을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아이슬란드는 살아 남았다. 비결은 아이슬란드가 화산의 나라라는데 있다. 아이슬란드 환경의 특징은 화산, 얼음덩어리, 물, 그리고 바람이다. 화산의 용암대가 10%를 차지하여 따로 난방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 에너지를 이용한 제련공업이 발달해 있다. 10%가 빙하인데 이로 인해 물이 항상 풍부하다.
처음 이들이 도착했을 때는 15m까지 검은 흙일 정도로 비옥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농경에 실패했다. 그것은 수 백만년동안 축적된 환경을 화전과 목축으로 단시일 내에 파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의 25%에 달하던 숲은 수 십년만에 사라지고 지금은 1%만이 남아 있다. 지금은 숲을 울타리로 둘러싸 보호하고 있다.
위기가 닥쳐오자 이들 공동체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만들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양의 이동이나 키우는 마리 수까지, 각 가정에 대한 배당까지 함께 결정했다. 930년 세계 최초로 의회를 만들고 공화정을 이룬 것은 환경문제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도 토양 유지와 삼림조성, 그리고 양의 수를 조절하는 독립된 부처가 있다.
따라서 이들은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 조금의 변화에도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때로는 ‘관둬요’라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덴마크가 식민통치를 할 때도 철저히 고립적이고 보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랬던 아이슬란드가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여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 1인당 소득이 6만 달러를 넘고,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팀을 인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숫자로만 가능했던 신기루같은 호황이 사라지면서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렸다.
환경문제에 대처했듯이 ‘우리식대로’ 정도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조심스럽게 변화하던 과거의 방식을 고집했었더라면 이런 파국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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