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감몰아주기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

경실련l승인2022.05.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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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대한항공 일감몰아주기 판결로 인해 재벌의 사익편취 규제 사문화될 개연성 커져

–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입법 당시부터 예견된 입법 참사

– 국회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성’ 삭제하고, ‘소수주주 동의제(MoM)’를 조속히 도입하라

1. 최근(5/23)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대한항공-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의 발단은, 2017년경 대한항공이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및 유니컨버스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14억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대한항공 등이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에 항소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서울고법은 2017년 9월 “대한항공이 제공한 이익의 ‘부당성’에 대해 공정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입법 참사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보수적인 형식논리에 빠진 사법부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도입됐던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현행법 제47조)’를 급기야 사문화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깊은 우려를 뜻을 표명한다.

2. (사익편취의 의미)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 금지하는 사익편취는 특수관계인(총수일가)의 ‘부당한 이익제공’에 있어서 “부당성”의 요건과는 무관하게, 총수일가의 직간접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계열사로 일감을 몰아줄 때 발생하는, 경제학에서 소위 ‘터널링(tunneling)*’으로 불리는 행위를 말한다.

*터널링 이란, 지배 주주가 사적 이익을 위해 몰래 회사의 자산을 빼돌려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로서, 주주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터널’을 통해 회사 밖으로 재산을 빼가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지배주주가 많은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부당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지배주주와 가족이 경영진에 참여해 고액의 보수를 받는 행위, △증자 과정에서 지배주주에게 유리하도록 발행 가격을 설정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사익편취는 재벌 총수일가의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발생된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지난 2012년부터 대선 당시 우리경제 내 가장 큰 사회악이었다. 전통적으로, 총수일가에 대한 △과다한 경제상의 이익제공,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 △지배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몰아주기를 일삼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이에 당시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사익편취 규제를 공약했고,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3년 8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현행법 제47조)가 신설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구법 제24조(현행법 제49조)에 따라 해당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의 중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계약조항의 삭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물론, 구법 제24조의2 제2항(현행법 제50조)에 따라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3. (입법취지) 구법 제23조의2 입법 취지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금지하기 위해 기존의 구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부당지원행위’의 금지 규정이 계열관계에서 “부당성”의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 흠결이 악용되어왔던 점을 감안하여, 총수일가가 일감몰아주기 등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는 것을 규제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그간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가 구법 제5장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일종으로 규율됨으로써 ‘공정거래의 저해성’ 입증 책임을 두고 반복하거나 번복하지 않기 위해, 제3장 ‘경제력 집중의 억제’ 내 사익편취 금지 조항을 입법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됐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나 내부거래로 계열사간 효율성이 증대되는 결과로서 형성되는 경제력 집중까지 규제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터무니 없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결국 구법 제5장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금지’를 추가하되, 구법 제23조의 ‘부당지원행위’와는 별도로, 구법 제23조의2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하도록 했던 것이다.

4. (입법오류‧해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 오류와 법문의 유권해석 문제으로 인해 구법 제23조의2를 적용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2017년에 이르러서야 공정위가 대한항공-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 간의 일감몰아주기 사건에서 해당 규정을 최초로 적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17-009호 2017. 1. 10. 2016제감0883). 그러나 구법 제 제23조의2에서 ‘각 호의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해야 한다.’라고 규정된 “부당한 이익”에 관한 유권해석 논란이 서울고법에서 또다시 제기된 것이다. 이에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구법 제23조의2를 적용한 해당 사건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되는 행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상가격이 잣대가 되므로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부당성의 증명 책임은 공정위에 있다.”고 판시하면서 입법 취지를 번복했다 (서울고등법원 2017. 9. 1. 선고2017누36153 판결 등). 입법 당시에, 구법 제23조의2 조문의 위치가 제5장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 잘못 신설됐고, 이에 ‘부당한 이익’이라는 법문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던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규정을 적용할 때에도 ‘부당지원행위 금지(구법 제23조 제1항 제7호)’와 마찬가지로 “부당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에서 부당성의 판단 기준과 관련하여,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닌 ‘경제력 집중’이 됐었어야 했는데, 공정위가 이를 입증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금지 조항인 구법 제23조의2의 적용과 관련하여, ‘총수일가의 지분율’ 요건 및 ‘각 호의 행위’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곧바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부당이익의 귀속성’에 대한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것인지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경제력 집중’으로 본 것이다.

5. (대한항공 등 사건에 대한 판단) 그렇다면, 대한항공 등의 일감몰아주기 사건은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증명하는 명백한 사건이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조현아, 조원태, 조현민)가 지분(율) 100%를 지배하는 회사로서, 대한항공을 위한 △기내잡지(모닝 캄) 광고, △기내 면세품 판매, △비행기 모형 등 로고상품 통신판매, △계열사 웹사이트 유지보수 서비스 등에서 발생하는 영업매출로 먹고사는 재벌 2세들의 개인회사이다. 덕분에 대한항공으로부터 얻는 총수일가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81%, 2015년 56%를 각각 차지하는 등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했다. 또한,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가 총 지분 94.5%를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은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이 보유한 회사로서, 대한항공을 위한 △콜센터 위탁운영 및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등으로 먹고사는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이다. 덕분에 동기간 대한항공으로부터 얻는 총수일가의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78.1%, 2015년 73.6%에 달한다.

이처럼 구법 제23조의2의 적용과 관련하여 ‘총수일가의 지분율’ 요건 및 ‘각 호의 행위’ 요건을 각각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그 입법 취지나 요건을 충족했는지 실체적인 판단조차 하지 않고서 “경제력 집중”에 대한 부당성 입증을 하지 않은 공정위의 소송상 잘못으로 봤다. 형식논리에 빠진 법원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고자 도입했던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급기야 시문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와 사익편취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경제력 집중”을 야기할만한 규모의 일감몰아주기를 미연에 입증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현행법 제47조(구법 제23조의2)에서 규정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향후 사문화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6. (결론‧대안) 이번 판결의 결과는 사익편취 규제에 대한 정치인들의 잘못된 입법을 그대로 악용한 공정위가 뻔히 예견됐던 우려들을 정면으로 무시한 결과이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지적된 문제였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2020~2021년) 때도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이 요구하는 경제력 집중은 야기되고 나서야 그 부당성이 입증됐을 땐, 이미 우리 경제가 더 망가지고 난 뒤의 일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를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경제력 집중으로만으로 규율하려는 태도는 제도상 한계가 크다. 물론, 계열사간 정말 합리적인 내부거래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사익편취를 위한 내부거래라면 합리적인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들 그 누구도 이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투자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그간 묵살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제 대신에 자율적인 소수주주 및 합리적인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하는 규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즉, ▲‘소수주주 동의제(Majority of Minority rule, MoM)’ 도입, ▲국민연금의 독립성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이 시장에서 합리적‧자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유형으로서 부당내부거래에 한해서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위 입법 취지와 같이 현행법 제47조상의 “부당성(즉, 부당한 이익)” 요건을 삭제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이를 삭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되면 “법 개정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던 그 약속 꼭 지키길 바란다.

끝으로, 윤석열 정부 역시 재벌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의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여 야당과 논의를 통해 법안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망국적인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는 대한민국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2022년 5월 25일)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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