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에 맞지 않는 삼성의 부끄러운 민낯

삼성물산, 초저가 하도급 계약·근로조건 무관심이 불러온 문제

관리감독강화·불법업체 불이익 등 ‘쇄신’ 통해 ‘신뢰’ 회복해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공장(이하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하청업체인 (주)B업체(본사, 경기 화성시)가 장기간 건설노동자의 임금을 부풀리고, 착취하는 일명 ‘똥떼기’를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제보를 한 콘크리트공 L모 씨에 따르면, “통장에 월급보다 많은 돈을 입금하고, 월급을 제외한 금액을 재송금하도록 했다”며, “팀 단위로 일하는 건설회사 특성상 돈을 재송금하는 사람들이 각 팀마다 존재한다”고 말했다. L모 씨는 이런 사람들을 “‘세탁기’(돈의 용도세탁)라고 부르고, 본인 외에도 3명의 ‘세탁기’가 더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돈을 송금한 곳은 (주)B업체 황모 이사, 이모 이사, 전모 이사 등 윗선으로 2021년에 확인된 것만 십 수차례가 넘는다.

사실상 원청인 삼성물산의 방관과 방조가 문제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임금수준은 시중노임단가보다 낮다. 콘크리트공 L모 씨의 경우, 2021년 6월 포괄일당은 근로계약서 기준으로 13만원이었는데, 이는 대한건설협회에서 공표한 2021년 상반기 콘크리트공의 시중노임단가인 21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싼값’에 하청업체를 쓰고 ‘나몰라라’ 하는 원청인 삼성물산의 방관 속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된 것이다. 여기에 원도급사(삼성물산)→하도급사(하청업체 (주)B업체)→이사·팀·반장 등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과정에서 낙찰을 받기 위한 가격낮추기 경쟁이 건설노동자의 임금착취로 이어졌다. L모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힘없는 노동자들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2025년까지 장기간 일자리가 보장된 곳이어서 울며겨자먹기로 임금착취를 묵인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임금의 중간착취,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이중작성, 임금체불 만연’ 등 불법하도급 문제와 이로 인한 산업재해 급증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2021년에도 삼성물산이 노동자들의 각종 수당을 착취, 장시간 노동, 현장노동자 대기 장소·휴게소의 열악한 환경,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의심되는 팀 부당해고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현장의 임금착취 등 불법하도급 문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고, 국민의 신뢰도 실추시키고 있다. 해고의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가 불법행위 문제를 드러내기 쉽지 않다. 관리·감독을 강화해 임금착취 등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불법·비리를 저지른 업체에 대해 합당한 불이익도 필요하다. 원청인 삼성물산의 초저가 하도급 계약과 현장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무관심 등이 불법행위를 불러온 만큼 문제 해결에 시급히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년 6월 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