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는 “Change의 ‘g'자를 ‘c'로 바꾸면 Chance(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의 말대로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국은 다시 ‘기회’를 얻은 셈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보수와 진보, 흑인과 백인, 중산층과 맞벌이 부부, 슬럼가와 실리콘밸리를 공동의 비전으로 연결하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오바마 당선자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온 부시 대통령과는 다르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는 증세로 바꾸고, 95%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감세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한 그다.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자신의 외할머니가 별세하자 그는 “할머니는 미국의 조용한 영웅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름이 신문에 실리지는 않지만 그들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애도의 말 속에는 서민을 배려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 캔자스주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인도네시아, 하와이, 시카고 등지에서 성장했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뒤 로열코스로 일컬어지는 워싱턴의 로펌이나 뉴욕의 월가를 버리고 풀뿌리 조직운동가(Community Organizer)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을 위해 헌신했다. 시카고를 중심으로 자선봉사 단체에서 일하고, 시민 법률상담 활동을 벌였다. 1990년대에는 지역의 인권 변호사로 명성을 높이기도 했다.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온 오바마 당선자는 이라크 철군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전 국민 건강보험 혜택, 대학 교육비 절감 등 적극적인 복지정책들을 추진하고,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과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며, 보수적이면서 땅에 떨어진 정치권의 신뢰회복 및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시민운동가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의 당선은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대북정책 등에서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와 온도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연내 국회 비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오바마 당선자는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은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고작 4천∼5천대도 안 된다. 이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도 견해가 다르다. 오바마 당선자는 “북한과 대화를 단절했을 때 그들은 악의 축이었지만 부시 행정부가 이런 태도를 바꿔 대화를 시작했을 때 적어도 몇 가지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조건 없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화의 필요성'을 밝히기는 했지만 사실상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다. 자칫하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과 맞물려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우려도 있다.
오바마 당선 이후 미국은 낡은 틀을 부수고 새로운 미국정신을 찾기 위해 크게 ‘변화’할 것이다.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들을 펼쳐 나갈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이와는 정반대로 파산선고를 받은 레이건식 신자유주의를 답습하고 있다. 1%를 위한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금산분리와 아파트 재개발 등 규제 완화를 고집하며 '토건 공화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토목 대통령'의 삽질경제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사건건 ‘명박산성’ 뒤에 머물며 오만과 편향을 보여 왔다. ‘어린 쥐’ 찾기부터 시작해 ‘강부자’ ‘고소영’ 내각의 출범, 사회적 양극화 확대, 사설학원을 위한 교육정책, 방송 장악, 수도권 규제완화, 신공안정국 조성, 종교 편향, 역사교과서 수정, 냉전적 대북정책, 부자들을 위한 감세 등 무수한 문제를 양산해낸다. 이러한 과거회귀 정책은 ‘변화’가 아니다. ‘돼지 입에 립스틱을 발라도 돼지는 돼지일 뿐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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